전국택배노동조합 씨제이대한통운본부 조합원들이 2월21일 서울 중구 씨제이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회가 공동합의를 하면 뭐 하나요. 대리점에서 따르지를 않는데….”
13일 오전 10시 인천시 부평역에서 만난 씨제이대한통운 택배노동자 윤홍열(48)씨는 “원래 일할 시간인데, 대리점에서 업무 복귀를 못하게 해 남는 게 시간뿐”이라고 한탄했다. 택배업계는 택배사가 대리점주와 화물 운송에 관한 계약을 맺고, 대리점주가 택배노동자와 계약을 맺는 구조다. 윤씨는 2015년부터 경기 화성시 정남면대리점과 계약해 택배 집하와 배달을 해왔다.
윤씨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3월2일까지 60여일에 걸쳐 진행된 전국택배노동조합 파업에 대리점 동료들과 함께 참여했다. 표준계약서 외 주6일 근무, 당일 배송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부속합의서 개정이 문제였다. 특히 택배노조는 “택배가 터미널에 늦게 도착할 때가 잦은데 당일 배송을 의무화하면 노동 강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긴 파업에도 불구하고 결국 파업은 ‘당일 배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 당시 공동합의에는 우선 택배노동자들은 대리점과 부속합의서가 빠진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부속합의서는 6월30일까지 계속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윤씨가 속한 정남면대리점이 노사합의와 달리 부속합의서가 ‘포함된’ 표준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이미 파업 미참가자와 부속합의서가 있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게 대리점에서 내세우는 이유다. 윤씨가 계약을 거부하고 현장 복귀가 어려워지자 택배 배달 구역을 빼앗기도 했다. 파업을 포함하면 윤씨가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한 게 석달이 넘었다. 윤씨는 “은행, 노조에서 돈을 대출받아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아예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택배노동자도 잇달아 나온다. 인천 남수대리점은 택배 종사자 4명에게 파업 참여를 이유로 5월7일 이후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곳에서 일해온 박근표(50)씨는 “남수대리점에서 민주노총은 다수 노조가 아니다”며 “(대리점에서) 쟁의권이 없는데도 파업에 참여했다고 불법 파업 참여라고 말하면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했다. 택배노조는 박씨처럼 파업 종료 뒤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택배노동자를 128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씨제이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는 “계약관계는 각 대리점의 권한이라 대리점연합회에서도 강제할 수 없다”며 “다만 공동합의서 내용을 토대로 택배노조 조합원 업무 복귀 방식 등을 각 대리점에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부속합의서 작성에 대해 대리점마다 판단이 다른 것 같다. 최근 각 대리점에 서비스 정상화 의지가 있는 택배노조 조합원에게는 부속합의서 없이 표준계약서만 작성한 뒤 복귀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조세화 변호사(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는 “계약은 당사자 간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계약을 강제하고 이를 거부할 때 업무 복귀를 막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생활물류법에는 택배노동자에게 60일 유예 기간에 계약 위반 사실이 개선되지 않을 때 계약을 해지한다고 2차례 통보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지금 계약 해지 사례는 이 절차마저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택배노조 쪽은 “대리점연합회에서 각 대리점에 안내한다고 하지만 이를 따르지 않는 대리점이 있다”며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씨제이대한통운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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