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걸려오는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인 ‘010’으로 바꿔주는 변작 장비를 여행동 가방에 담아 이동하며 보이스피싱 등에 활용한 불법 통신중계소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해외 콜센터에서 걸려온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인 ‘010’으로 바꿔주는 불법 통신중계소가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단속을 피하려고 이동식 여행용 가방이나 태양광을 이용해 밭에 설치하고 심지어 원격조종을 통해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올해 1~6월까지 국내 불법 통신중계소 집중 단속을 벌여 15곳을 적발하고,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아무개(30대)씨 등 운영자 12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김씨 등은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걸려오는 전화번호를 ‘010’으로 바꿔주는 장비를 이용해 검찰, 금융기관 등을 사칭하는 전화금융사기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타인 명의 유심과 휴대전화기를 구비하고 모텔이나 원룸에 고정형으로 장비를 설치하거나 차량 또는 여행용 가방에 이동형 장비를 싣고 돌아다니며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같은 계정으로 로그인된 태블릿 피시 등에서 스마트폰으로 걸려오는 전화·문자 등을 수신할 수 있는 원격조정 기능(CMC)을 이용해 ‘무인 통신중계소’로 운영한 곳도 적발됐다. 소형 태양광판과 연결해 자가전력 공급형으로 변형시켜 중계기를 가방 안에 넣어 밭에 은닉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 운영자는 불법 통신중계소 운영 대가로 하루 20만원 상당의 수당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해외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내 ‘고액 재택근무 아르바이트’ 등의 거짓 광고를 보고 불법 통신중계소 운영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통신매개체로 이용된 휴대전화・유심칩 등을 모두 압수하고, 범행에 이용된 전화번호는 모두 통신사에 이용 중지를 요청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