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30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공공운수노조 공항항공노동자 고용안정쟁취 투쟁본부가 고항·항공 일터회복 설문결과 및 현장실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승욱기자
“코로나 전에는 9명이 180명의 승객을 담당했는데 이제는 290명을 담당해야 합니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보다 공항·항공 노동자의 노동강도가 더 심해졌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7일 공공운수노조 공항항공노동자 고용안정쟁취 투쟁본부가 공개한 ‘공항·항공 사업장 일터 회복 설문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53.4%는 인력 충원이 되지 않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노동강도가 심해졌다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공공운수노조가 여객, 화물, 항공사, 지상 서비스직 등을 포함해 모두 744명을 조사한 결과다.
일터에서 겪는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1인당 작업량과 횟수가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62.1%로 가장 높았다. ‘연차 사용이 어렵다’는 응답은 40.5%, ‘식사, 휴게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33.6%로 뒤를 이었고 연장·초과근무가 늘어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28.3%로 나타났다. 항공업 회복 과정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을 묻는 말에는 74.9%가 ‘인력부족과 안전위험 심각’을 꼽았다. ‘장시간 노동과 피로누적’을 선택한 비율은 59.8%로 나타났으며 ‘연차 사용 불가 등 위법 강화’와 ’상사 및 관리자의 직장 내 괴롭힘’을 선택한 비율은 각각 28.2%, 12.9%를 기록했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신규 인력 충원’을 꼽은 응답자는 84.7%였다.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력 충원 계획, 인천공항 근로기준법 위반 사업장 및 혹서지 중대재해 예방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다단계 하청구조로 운영되는 인천공항과 항공업에서 1인당 작업량 증가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히고 있다”며 “소극적인 인력 충원이 휴게시간 미보장 등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이어지고 그만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인천공항공사와 항공사, 지상 조업사는 현장인력 충원에 나서야 한다”며 “고용노동부도 인력 충원을 회피하는 항공사업장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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