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맨오른쪽)과 윤석열 대통령(오 시장 옆)이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반지하 방 현장을 찾아 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8일 폭우로 서울 관악구 반지하 방에서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나자 서울시가 앞으론 지하 또는 반지하 방이 주거 용도로 쓰일 수 없도록 건축을 불허키로 했다.
서울시는 10일 “장기적으로 서울 시내에서 지하, 반지하 주택을 없애 나간다는 계획”이라며 “이번 주 중으로 건축허가 때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도록 각 자치구에 ‘건축허가 원칙’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에서 주거용으로 쓰이는 지하 또는 반지하 방은 20만호가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가 이날 내놓은 ‘반지하 거주가구 위한 안전대책’을 보면, 지난 2012년 건축법이 개정돼 상습침수구역의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게 됐는데도 이후 반지하 주택이 4만호 이상 건설됐다. 서울시 쪽은 “기존 제도에 구멍이 있다고 보고 상습 침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지하층에 사람이 거주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미 지어진 반지하 주택엔 ‘일몰제’를 적용키로 했다. 집주인한테 10∼20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해당 건축물을 없애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엔 더는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용도 전환을 유도하고 집주인한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지하·반지하 방에서 나간 세입자한테는 공공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주거나 주거바우처 등을 제공해 주거환경이 더 나빠지는 걸 막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서울시는 이달 안에 주택 ⅔ 이상이 지하에 묻힌 반지하 주택 1만7000여호에 대한 현황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하, 반지하 주택은 안전과 주거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주거 취약 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이다. 이젠 사라져야 한다”며 “이번만큼은 임시방편에 그치는 단기 대안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보호하고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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