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모녀가 거주하던 월셋방 입구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이정하 기자
“누가 사는지도 잘 몰랐지. 소통이 없었으니. 며칠 전부터 그 집 앞에서 계속 악취가 나기 시작하더라고.”
22일 오전 10시께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연립주택 앞 1층. 입구에 들어서자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현관문 앞에는 현장 출입을 막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었다. 전날 오후 이곳에 거주하는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인근 주민이 가져다 놓은 방향제도 문 앞에 있었다. 현관문 옆에는 도시가스 안전점검 방문 안내를 알리는 쪽지도 붙어 있었다. 골목 어귀에서 모여있던 주민 3∼4명이 “어제 경찰차와 과학수사대 차까지 몰려와 골목이 난리였다. 연립주택 주변에서 하도 냄새가 심해서 누군가 112에 신고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60대 ㄱ씨와 40대 두 딸은 전날 오후 2시50분께 방 안에서 발견됐다. 건물 관계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부패한 여성 주검 3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부검을 의뢰했다. 고온다습한 기후 탓에 육안으로는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패가 심하게 진행됐다고 한다.
방에선 어머니와 딸 가운데 한 명이 각각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에는 ‘평소 지병으로 힘들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세 모녀는 2020년 2월 화성시에서 현 거주지인 수원으로 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주민등록상 주소는 화성 지인의 집에 두고, 수원에선 월세살이를 했다.
화성시와 수원시는 세 모녀가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관련 서비스를 신청했거나 상담한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수원의 관할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전세라면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 전입신고라도 했을 텐데, 세 모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외부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주검에도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부검 결과와 진료기록 등을 분석해 사망 추정시간 등을 밝힐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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