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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재판, ‘직접 살인’ 아닌 ‘간접 살인’ 적용하나

등록 2022-08-30 14:48수정 2022-08-30 16:17

재판부, 12차 공판서 “공소장 변경 검토해달라” 주문
‘계곡살인' 피고인 이은해·조현수. 연합뉴스
‘계곡살인' 피고인 이은해·조현수.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1)씨에게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검찰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쪽으로 공소장을 변경할지 주목된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아 피해자를 숨지게 했을 때 적용한다.

30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 심리로 열린 12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공소장 변경을)검토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규훈 부장판사는 증인신문 시작 전 검찰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기소하지 않고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기소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가 불법 행위를 공모했다”며 “이씨가 피해자를 상대로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를 한 부분을 작위로 평가해 기소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 판사는 “검찰 의견을 존중하지만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달라”며 “검찰과 피고인 양쪽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도 염두하고 신문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일산서부서는 2020년 12월 계곡 살인 사건을 수사한 뒤 이씨와 조씨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의정부지검에 송치했다. 수영을 못하는 이씨의 남편 윤아무개가 5m 높이 계곡에서 다이빙했지만 이를 구조하지 않아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정부지검에서 사건을 받아온 인천지검은 지난해 7월부터 추가 수사를 벌여 지난 5월 이씨와 조씨에게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가스라이팅을 통해 피해자 윤씨가 자발적으로 계곡으로 뛰어들게 했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사건을 수사한 박세혁 검사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윤씨가 이은해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가스라이팅을 당했기 때문”이라며 “이씨가 조씨가 보는 앞에서 윤씨에게 ‘남자가 왜 다이빙도 못 해’라는 말을 했고 이에 윤씨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계곡으로 다이빙하게 돼 사망에 이르렀다. 작위에 의한 살인이라 판단한 이유”라고 답한 바 있다. 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되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높다.

가스라이팅 살인 인정 여부는 앞서 열린 공판에서도 핵심 쟁점이었다. 26일 열린 11차 공판에서는 가스라이팅 살인을 놓고 검찰 쪽 증인으로 참석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이씨·조씨 공동 변호인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수정 교수는 “(수영을 못하는 윤씨가 계곡으로 뛰어든 과정에) 강요된 흔적이 있다면 (윤씨가) 정서적 학대에 놓여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강요된 행위가 일정 기간 지속했다면 가스라이팅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영국에는 (유사 사건에서) 살인으로 (유죄를) 선고한 판례가 있다”고 했다. 이에 변호인은 “윤씨와 이은해의 관계는 (8∼9년 이어졌기 때문에)엄청나게 복잡하다”며 “가스라이팅으로 단정 지으면서 윤씨를 어떻게 보면 바보로 만드는 느낌을 받는다”고 맞섰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계곡 살인 사건을 방조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공범 이아무개(30)의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하지만 보험설계사의 증인신문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이씨의 증인신문은 다음 달 1일로 미뤄졌다. 재판부는 검찰에 “핵심 증인에 대한 신문을 염두에 둬서 시간을 잘 배분해 신문해달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다음 공판은 9월1일 열린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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