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에 있는 영흥화력발전소. <한겨레> 자료사진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탄소중립조례를 잇따라 제정 중이다. 다만 조례의 구체성과 실효성 등은 지자체별로 차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탄소중립조례를 제정한 곳은 서울시, 부산시, 대구시, 광주시, 대전시, 울산시, 세종시, 경기도, 강원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제주도 14곳이다. 탄소중립조례 제정은 환경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지난해 9월 제정한 뒤 전국 지자체별로 법령이 위임한 사무를 규정하기 위해 시작됐다. 아직 탄소중립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인천시, 충청북도, 경상북도 3곳도 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충청북도는 8월19일 ‘충청북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조례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인천시는 최근 조례 초안을 마련했으며, 경상북도도 연내 조례를 제정하기로 방침을 세운 상태다.
제정된 조례를 살펴보면 지자체별로 구체성에서 차이가 크다. 특히 중단기 목표를 제시하지 않아 실효성에 의구심을 남기는 조례도 적지 않다. 실제 2030년 기준 탄소저감 목표를 조례에 담은 지자체는 광주시가 유일하다. 광주시는 2030년 탄소배출량을 2018년에 견줘 40% 이상 줄이고, 탄소중립 목표 시점도 정부 계획인 2050년보다 5년 이른 2045년으로 정한 내용을 조례에 담았다.
구체적인 탄소배출 감축 방안이나 기후위기 대응 대책을 담지 않은 조례도 다수다. 울산시, 충청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4곳의 조례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대책 수립을 지자체장에게 요구하는 선언적 성격의 1개 조문만 조례에 담았다. 광주시 조례가 별도의 장을 할애해 친환경차 보급 확대 유인책 제공과 같은 상세한 탄소배출 감축 방안을 담은 것과 대비된다.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다양한 자연 현상 등에 적응하기 위한 방안을 담는 ‘기후위기 적응시책’도 대부분 조례에 선언 수준으로만 담겨 있다. 울산시 조례에는 아예 해당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특정 직군의 고용 감소와 같은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정의로운 전환’의 정신을 담은 조문은 대전시, 세종시, 충청남도, 경상남도, 제주도를 뺀 나머지 지자체 조례에 존재하지만 그 내용은 대부분 ‘지원센터 설립’과 같은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조례 제정이 부실한 것은 환경부가 마련한 ‘참고 조례안’에 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최근 인천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기본조례 제정 방향 제안 토론회’에서 “환경부의 참고 조례안은 빠져 있는 부분들이 많다. 이 조례안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 조례를 만들면 제대로 된 탄소중립 정책을 지자체에서 펼치기 힘들다”며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춰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8일 인천 남동구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기본조례 제정 방향 제안 토론회’. 이승욱 기자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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