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노동 이사에게 노동자 상담 공간으로 노조 사무실 일부를 빌려준 행위에 대해 공적 공간의 부당 유용 혐의를 두고 인천 감사관실이 조사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조합 쪽은 노조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조사라며 반발한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시 감사관실은 지난달 29일 인천시청역에 있는 인천교통공사 노동 이사 사무실을 현장 조사했다. 시 감사관실은 노동 이사에게 제공된 노동조합 회의실이 인천교통공사가 노동조합에 제공한 공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노동 이사에게 제공한 공간으로 의심하고 있다. 노동 이사는 노동조합 조합원은 아니다.
또 감사관실은 노동 이사 2명이 근무지가 인천시청역이 아닌 다른 곳이라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복무 감사도 진행 중이다. 노동 이사는 상근직이 아닌 터라 노동 이사로 일하면서도 동시에 본업도 병행한다. 본업이 있는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노동자 상담 업무를 한 것은 근무지 이탈이라고 감사관실이 보고 있다는 얘기다.
감사관실 쪽은 <한겨레>에 “공간 관리는 노동조합이 하지만, 소유권은 인천교통공사에 있다”며 “임대 개념으로 따지면 인천교통공사가 노동조합에 제공한 사무실을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노동 이사에게 재임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분이 문제가 없는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천시 감사관실이 노동 이사의 노동자 상담 장소에 대해 문제를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인천시 감사관실은 인천교통공사가 회사 소유 사무실을 노동 이사가 노동자 상담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 공간을 제공한 데 대해 노동 이사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으로 판단하고 공사 쪽에 시정을 두 차례 지시했다. 노동 이사가 노동조합이 쓰는 회의실에서 노동자 상담 업무를 보게 된 까닭이다.
노동조합은 감사관실의 이런 입장에 대해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 이사가 쓰고 있는 현 회의실은 2019년 8월 노조가 회사와 교섭해 확보한 공간이다. 이석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교통공사가 인천시 시정 지시에 따라 노동 이사에게 제공했던 사무실을 회수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에서 제공한 사무실까지 문제 삼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사관실 쪽은 “(현장 조사 당시 노동 이사가 쓰고 있는 공간에) 노조 회의실이라고 적혀 있지 않았다. 현장 조사를 한 뒤 교통공사 등에 확인해본 결과 노동조합에 제공된 장소임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노동 이사가 쓰고 있는 공간이 노조 회의실이라는 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기획 조사에 들어간 건 아니라는 해명이다.
2일 인천교통공사 노조가 인천시 감사관실의 현장 조사 관련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인천교통공사 노동조합 제공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