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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부평2공장 문닫자…사내하청 노동자만 “밥줄 끊겨”

등록 2022-09-30 08:00수정 2022-09-30 22:13

지난해 2월8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 건물에 회사 간판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8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 건물에 회사 간판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5월에 근무제도가 바뀌면서 절반 정도가 떠났어요. 우리도 11월이면 정리되겠죠.”

지난 16일 한국지엠 부평공장 농성장에서 만난 김재성(55)씨는 “여기 공장이 문 닫아도 다른 곳으로 전환배치되는 정규직과 달리 우리는 곧바로 밥줄이 끊긴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국지엠은 부평2공장에서 말리부, 트랙스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차들은 11월 말까지만 생산되고 12월부터 단종된다. 이후엔 별도의 차량 생산 계획이 없다. 공장이 멈추는 일만 남은 셈이다. 지난 7일 타결된 한국지엠 노사 단체협상에는 부평2공장의 신차 생산 문제가 담기지 않았다. 안건에는 있었지만 합의 과정에서 빠졌다. 공장 폐쇄에 노사가 합의한 것이다.

부평2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인력 1200명 중 700명은 창원공장으로, 나머지는 부평1공장으로 전환배치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지엠 정규직들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공장이 멈추면 일자리를 잃는다. 한국지엠 차원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고용 대책은 아예 없다. 회사가 지난 5월 주야간으로 돌아가던 부평2공장에서 야간 근무조를 없앴을 때, 사내하청 노동자 절반은 이미 공장을 떠났다. 2010년부터 사내하청으로 일해온 이경희(59)씨도 앞서 떠난 이들과 같은 운명을 예감하고 있다. 그는 “명목상 한국지엠은 사내하청 인력을 관리하지 않는다. 전적으로 하청회사 몫이다.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지회가 지난 6일 부평2공장 하청노동자 55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이들이 느끼는 불안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55명 중 41명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고용불안’을 꼽았다. 29명은 공장 폐쇄 뒤 생계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지엠 사내하청을 ‘불법 파견’으로 인정해 회사에 직접고용을 명령했지만, 한국지엠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며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부평2공장 폐쇄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용 상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지엠 2차 하청업체인 ㅂ사는 최근 노동조합과 단체교섭 과정에서 부평2공장에 납품하는 생산라인 종사자들에게 희망퇴직과 휴직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부평2공장 납품 라인 종사자를 60명에서 28명으로 줄인 바 있다. 이곳 노조는 임금 삭감 등도 고려하고 있지만 회사는 인원 감축을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지성(58)씨는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회사가 희망퇴직 계획이 있다면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우리부터 시작할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엠은 그동안 한국에서 1∼2개 공장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부평2공장도 10년 전부터 소리 소문 없이 인원 정리가 많이 이뤄졌다”고 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부평2공장 사태가 별것 아니라고 느낄 수 있지만 같은 상황이 창원공장, 부평1공장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정부와 노조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노동자의 고용불안에 대해선 “정부가 나서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 4월 28일 한국지엠 정문 앞에 마련된 농성장 모습. 이승욱 기자
지난 4월 28일 한국지엠 정문 앞에 마련된 농성장 모습. 이승욱 기자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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