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에서 운영하는 장례식장 전용 다회용기 세척시설. 김해시 제공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장례식장 다회용기 지급 사업이 지역별로 사업 성과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분의 지자체가 난항에 빠진 것과는 달리 김해시는 유독 사업이 확장세여서 눈길을 끈다.
4일 <한겨레> 취재 결과, 전국 지자체 중 민간 장례식장 대상 다회용기 지급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인천시와 순천시, 전주시, 김해시 등이다. 이 사업은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회용기 구매와 민간 세척기관 이용 비용 등을 지자체가 지원하는 게 뼈대다.
인천시의 다회용기 지원 사업은 2019년 공공의료기관인 인천의료원과 지역 내 4개 대학병원 장례식장과 업무 협약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올해는 예산 1억5400만원을 편성해 모든 민간 장례식장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달 확정된 추가경정예산에서 해당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해당 사업에 참여하려는 의사를 밝힌 민간 장례식장이 고작 5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예산 조정이 불가피했다.
지난해 12월31일 인천시와 지역 내 5개 민간 장례식장이 ‘일회용품 없는 장례문화 조성’ 협약식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천시 제공
순천시와 전주시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순천시는 지난해 국고보조금을 받아 공공·민간 장례식장 1곳씩 장례식장 모두 2곳에 다회용기 지급 사업을 펼쳤으나 지난해 하반기 6개월 동안 이들 장례식장에서 다회용기를 이용해 장례를 치른 사례는 15번에 그쳤다. 상주들이 다회용기 사용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주시도 관내 장례식장 4곳과 업무 협약을 맺고 사업을 뒷받침할 관련 조례도 만들었지만 저조한 참여 탓에 올해는 사업을 중단했다.
다회용기 지급 사업이 난항에 빠진 까닭은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인천시는 다회용기 세척 전문 업체가 관내에 없는 게 가장 큰 난점으로 꼽힌다. 장례식장에서 쓴 다회용기를 다른 지역에 있는 업체에 보내 세척하다 보니 운송비 등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인천시 자원순환정책과 쪽은 “지원 대상이 아닌 운송비의 부담이 크다 보니 민간 장례식장의 사업 참여가 저조했다”고 말했다.
순천시와 전주시는 코로나19를 다회용기 사업 중단 이유로 꼽았다. 순천시 쪽은 “코로나19로 다회용기 사용을 꺼린 상주가 많았다”고 말했다. 전주시 쪽도 “코로나19로 장례식장 이용객들이 우려해서 사업을 유예했다. 내년엔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김해시의 장례식장 다회용기 지급 사업은 확장일로에 있다. 운송비 문제는 장례식장 전용 세척시설 마련으로 풀었다. 올해 들어 운영을 시작한 이 시설에서 공급한 다회용기는 4월 1만5760개에서 8월 6만7890개로 늘었다. 김해시는 해당 사업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보고 좀 더 큰 세척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김해시 쪽은 “세척시설을 만들어서 운송비 부담도 줄었고 장례식장에서도 앞으로 다회용기를 이용한 장례식 문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장례식장 다회용기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를 위해선 지난 5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된 장사법 개정안이 빨리 처리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 개정안은 장례식장도 일회용품 사용 억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