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시민들이 떨어진 낙엽을 밟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늦가을에 대량으로 쏟아지는 가로수 낙엽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금만 방치하면 도시 시설물에 크고 작은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지난 12일 밤 서울과 수도권에는 짧게 내린 비에 쓸린 낙엽들이 도로변 배수구를 막는 바람에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14일 서울시와 수도권 일선 지자체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2일 밤 서울 지역에 3시간여 동안 50㎜ 안팎의 비가 쏟아지면서 침수 피해 신고만 239건이 접수됐다. 침수의 주범은 도로와 인도 바닥에 떨어져 있다가 빗물에 쓸려 배수구를 틀어막은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 낙엽이었다. 같은 날 인천에서도 낙엽이 배수로를 막아 도로가 물에 잠겼다는 호우피해 신고가 200건 넘게 접수됐고, 경기도에서도 김포와 부천, 안양 등 도심에서도 배수구 막힘 신고가 잇따랐다.
전국 곳곳에 가을비가 내린 13일 강원 춘천시 내 한 생활도로에 낙엽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계절의 운치를 더하는 늦가을 낙엽은 지자체엔 각종 사고와 민원 발생을 야기하는 심각한 골칫거리다. 최신 장비가 보강됐다고 하지만, 매년 자치구별로 수백~수천톤씩 발생하는 낙엽의 수거와 처리에는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해마다 생산되는 낙엽의 양은 늘어나는데, 전담 처리 인력과 예산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수원시만 하더라도 지난해 570t(추정)의 낙엽을 처리했다. 가을철이면 전체 환경미화원 320여명을 동원하고, 흡입기가 달린 42대의 노면 청소차량을 투입해 매일 가로 환경 정비를 하지만, 낙엽량이 폭증하는 10월말부터는 처리역량이 포화상태에 이른다. 동정숙 수원시 청소행정팀장은 “가을이면 낙엽 처리를 위해 구·동기동반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부천시는 환경미화원의 부담을 덜고자 희망일자리사업을 통해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8시 18분께 연수구 청학사거리 도로가 침수돼 출동한 소방대원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매년 30만톤가량이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낙엽은 수거도 문제지만 처리가 더 골치 아프다. 수거된 낙엽 중 3분의 2가량이 퇴비 등으로 재활용되는데, 쓰레기가 섞이지 않은 ‘청정 낙엽’만 분류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분당과 판교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있는 경기도 성남시는 낙엽 퇴비화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아파트단지나 공원에서 모은 비교적 ‘깨끗한 낙엽’은 옥상텃밭이나 도시텃밭에 사용하기 위해 농업기술센터로 모은다. 지난해의 경우 1천톤의 낙엽을 모아 톤당 25만원이 드는 소각비 2억5천만원을 절약했다. 올해도 1천5백톤가량을 같은 방식으로 모아 퇴비로 만든 뒤 시민 텃밭 등에 거름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도로에 떨어진 낙엽은 75ℓ짜리 공용봉투에 담아 쓰레기처리장에서 소각한다. 일반 쓰레기와 낙엽이 뒤섞여 소각장으로 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선경 성남시 분당구 청소행정팀장은 “도로 등 길거리에 떨어진 낙엽은 배수구를 막을 우려가 있어 각 동 단위별로 공공근로나 환경미화원 등이 수시로 수거해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경우, 관광자원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송파구는 수거한 낙엽을 강원 춘천시 남이섬으로 보내 ‘송파 은행나무길' 조성에 사용한다. 송파구는 연간 600여t 규모의 낙엽을 남이섬 등 수도권 일대 농가나 관광지로 무상 제공하고 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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