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가(왼쪽에서 세 번째 안경 쓴 이) 지난달 24일 경기도청 강당에서 자신의 지시로 열린 성희롱·성폭력 예방 특별교육에 참석해 강의를 듣고 있다. 경기도 제공
경기도가 도지사 비서실 직원의 성범죄 사실을 인지하고도 한 달 넘게 이를 공개하지 않아 뒷말이 무성하다.
16일 경기도 등의 말을 종합하면, 김동연 지사 비서실 소속의 별정직 공무원 ㄱ씨가 9월28일 경기도 광교청사 여자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옆 칸에 있던 여성을 촬영하려다 발각돼 경찰에 입건됐다. 경기도는 곧바로 ㄱ씨를 직위해제 했지만, 이 사실을 인권담당관실 등 관련 부서에 알리지 않았다. 사건이 공론화되는 것을 꺼려 비위 사실을 덮기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장현 경기도 인권담당관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으며 통보받은 바도 없다. 우리는 피해 접수나 상담, 신고가 있어야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기도의 행보는 성범죄가 발생하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 조치와 재발 방지대책 수립에 나서는 공공기관의 일반적인 대응 방식과도 어긋난다. 현재 경기도청 공식 누리집에는 ㄱ씨의 이름과 직위, 업무 등의 정보가 그대로 올라와 있다. ㄱ씨의 이름은 경기도 내부통신망에서만 삭제된 상태다.
도청 내부에선 ㄱ씨가 도지사 비서실 소속이기 때문에 사후 대처에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청의 한 여성 공무원은 “여직원들 사이에 화장실 이용하기 겁난다는 말이 나온다. 왜 직원들에게조차 그런 사실을 외부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게 하는지,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경기도가 보여준 처신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도 쪽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에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조처를 할 예정이다. 현재는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달 24일 도청 대강당에서 김동연 지사와 행정1·2·경제부지사, 실·국장, 과장, 팀장 등 간부공무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희롱·성폭력 예방 특별교육을 진행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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