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낮 12시 부천시청 앞에서 부천시 정보통신시스템 유지관리 용역 노동자들이, 용역 과업내용서에 고용승계, 고용유지 규정을 뺀 부천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전국민주일반노조 경기본부 제공
부천시가 내년도 정보통신시스템 유지관리 업무 용역 계약을 추진하면서 과업내용서에 노동자 고용승계·유지 조항을 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은 부천시가 반노동 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16일 부천시가 지난 3일 발주한 ‘2023년 부천시 정보통신시스템 유지관리 용역’ 과업내용서를 보면, 유지관리 인력 및 시설운영 항목에 고용승계 및 고용유지 규정이 없다. 시는 2017년 용역을 발주하면서 처음 고용승계 및 고용유지 규정 넣은 뒤, 매년 용역을 발주할 때마다 해당 규정을 과업내용서에 담았다.
한 예로 2020년 말 발주한 ‘2021년 부천시 정보통신시스템 유지관리 용역’ 과업내용서를 보면,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에 따라 고용승계 및 고용유지를 원칙으로 한다”는 문구가 있다.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용역 계약서에 고용승계 및 고용유지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천시는 매년 정보통신시스템 유지관리 용역 계약을 하지만 이 같은 규정 덕분에 노동자의 고용은 대부분 유지돼왔다.
용역 업체 노동자들은 과업내용서 내용이 바뀐 데는 부천시에 올 상반기부터 직고용을 요구한 데 따른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노동자들은 부천시가 직접적인 작업 지시와 근태 관리를 한다는 점을 들어 ‘무늬만 용역 계약’을 뜻하는 불법 파견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김병준 전국민주일반노조 경기본부 아이시티지부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불법파견을 지적하며) 직고용을 요구한 뒤 과업내용서에 고용승계, 유지 규정이 빠졌다. 노조 활동에 압박을 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천시는 이런 의심은 근거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부천시 담당자는 <한겨레>에 “직고용 요구가 있어 기존 계약서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보통신시스템 유지관리 업무 단순 노무에 해당되지 않아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 그대로 두면 지침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이번에 용역을 발주할 때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부천시 쪽은 용역 업체와의 협상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 승계와 유지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침을 만든 고용노동부 쪽은 부천시와는 온도차가 있는 반응을 보였다. 노동부 쪽은 ““지침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침은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이나 보호를 위해 제정된 터라 굳이 지자체 등에서 (규정에서 정한 대상 외 용역 노동자에)적용을 한다고 해서 말릴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