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필로폰 등 마약을 대량 밀반입한 국제 마약 밀수 조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김연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국내 수령책 ㄱ(29)씨 등 조직원 6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ㄴ(29)씨 등 4명도 붙잡아 불구속 기소했다. 또 검찰은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해외총책 ㄷ(32)씨와 관리·발송책 ㄹ(32)씨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현지 수사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ㄱ씨 등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인천국제공항과 부산항을 통해 13차례에 걸쳐 미국에서 필로폰 27.5㎏과 엑스터시(MDMA) 800정을 몰래 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밀반입한 필로폰은 지난해 한 해 동안 미국에서 밀반입된 필로폰 38.7㎏의 70%에 이른다.
이들은 마약을 크기가 비슷한 각설탕과 시리얼에 섞거나 체스판 바닥과 가정용 실내 사이클 프레임 등에 숨기는 수법으로 통관을 피하려 했다. 나무 거치대 중앙에 필로폰을 감싼 뒤 쇠사슬을 다시 감아 밀반입하려 했으나 통관 과정에서 모두 적발됐다.
이들은 미국과 한국에 거점을 두고 역할 분담을 해 양국을 오가며 지속해서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2016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불법 체류 중인 ㄷ씨는 과거 자신이 활동하던 지역인 경기도 수원을 중심으로 텔레그램 등을 통해 조직원을 모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들이 멕시코 등 남미에서 미국으로 들여온 필로폰 등을 한국으로 밀수하려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ㄱ씨가 미국에 체류하기 시작한 시점이 2016년이고 그 이후에 뚜렷한 체류 목적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2021년 12월 이전에 이들 조직이 일부 마약류를 밀수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미국과 한국에 거점을 둔 대형 국제 마약조직의 실체를 밝힌 최초 사례”라며 “미국에 체류 중인 총책과 관리·발송책은 현지 수사당국과 협력해 계속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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