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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딸 38년간 돌보다 살해한 60대 집행유예

등록 2023-01-19 15:23수정 2023-01-19 16:13

인천지방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인천지방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38년간 돌본 중증장애인 딸을 살해한 60대 어머니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형사14부(재판장 류경진)는 19일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ㄱ(64)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ㄱ씨는 38년 동안 중증장애인인 딸 ㄴ씨를 돌보다 지난해 5월23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ㄱ씨는 범행 뒤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6시간 뒤 아파트를 찾아온 30대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ㄱ씨가 심한 우울증으로 심신 미약 상태였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심신미약상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조서 진술 내용을 보면 당시 피고인의 우울증을 인정해도 심신미약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38년 동안 ㄴ씨를 돌본 부분, ㄴ씨가 대장암 진단을 받은 뒤 항암치료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모습을 지켜본 부분 등을 고려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같은 ‘간병살인’의 책임이 오로지 개인에게만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으로만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고 집행유예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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