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정책 수립 지원 기관인 서울연구원의 원장 자리는 청와대나 중앙정부 요직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통한다. 이명박 시장 때 연구원장을 지낸 강만수씨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기획재정부 장관이 됐고, 박원순 시장 때 연구원장을 지낸 김수현씨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발탁됐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원장의 연봉이다. 서울연구원장은 지방자치단체 산하 연구원장은 물론 국책연구기관장보다도 월등히 많은 보수를 받는다.
2일 지방 공공기관 공시 누리집 ‘클린아이’를 보면, 2021년 서울연구원장의 보수는 기본급 1억5890만원을 포함해 2억2704만원이었다. 다만 서왕진 당시 원장은 2021년 2월 퇴임해 그해 책정된 연봉을 다 받지 않았다. 서 전 원장은 성과급이 없었던 2019년(1억8860만원)을 빼면 재임 기간 동안 받은 연봉이 모두 2억원을 웃돌았다. 서울연구원장 성과급은 서울시의 경영평가에 따라 월급의 3배까지 책정된다. 서 전 원장은 2021년 성과급으로 전해 평균 월급의 250%인 3214만원을 받았다. 서 전 원장 뒤를 이어 지난해 3월 취임한 박형수 원장의 연봉은 오는 6월 클린아이에 공시된다.
서울연구원장의 보수는 다른 지자체의 연구기관장들과 견줘 월등히 높다. 제주연구원장과 경기연구원장, 광주전남연구원장은 1억7천만원 정도의 보수를 받는다. 지방연구원 가운데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대구경북연구원장도 2억원을 받지 못한다.
사정은 국책연구원장도 마찬가지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원장 연봉은 서울연구원장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개발연구원장의 2021년 보수는 1억8061만원이다. 국책연구원장에겐 기본급과 수당 외에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은 별도로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원 중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인 기초과학연구원장(3억2944만원)만 서울연구원장보다 연간 보수가 많다.
서울연구원장의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서울연구원의 특수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울연구원장은 유력 대선후보로 분류되는 서울시장과 가까운 정치권 인사나 중량급 학계 인사가 주로 맡았다. 전임 서왕진 원장도 박원순 시장의 정책특보 출신이다. 통계청장과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지금의 박형수 원장은 정치권과의 인연보다는 전문성을 높이 산 발탁인사로 분류된다.
1992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란 이름으로 출범한 서울연구원의 원장 보수가 언제부터 높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서울시 쪽은 <한겨레>에 “서울연구원장 연봉은 별도의 상한액은 없다. 경력, 업무 난이도, 조직 규모, 전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사회에서 결정한다”고만 말했다. 원장을 역임한 한 인사는 “(2005년 이명박 시장 재임 당시) 강만수씨가 원장으로 오면서 연봉이 뛰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확실치 않다”고 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설립 초기부터 서울연구원장 연봉은 다른 서울시 출연기관들보다는 높았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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