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도시건축 디자인 기자설명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페라하우스를 지으려다 무산된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을 새단장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특이하다. 오는 3월까지 국내외 건축가 7명이 디자인을 구상해 서울시에 제안한 뒤에 서울시가 사업 기본 계획을 수립키로 했다. 사업계획부터 짠 뒤 디자인 공모를 받는 통상적 절차와는 정반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디자인을 먼저 한 후 사업계획을 짠다는 게 뼈대다. 오 시장은 “현재 공공 건축물은 표준 공사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규격화된 건축물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아가 복잡한 심의 과정 탓에 사업계획이 지연되거나 디자인이 왜곡됐다. 용을 그려놨는데 뱀이 나오고, 호랑이를 그려놨는데 고양이가 나오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이 방안은 공공 건축물에 우선 도입한다. 노들섬과 제2 세종문화회관, 성동구치소, 수서역 공영주차장 등 4곳의 개발 사업부터 적용한다. 이 방안을 도입하는 민간 건축물에는 높이(층수), 용도 등의 규제를 완화하고 법정 용적률의 120%까지 상향하는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중 시범사업 공모를 통해 민간 건축 대상지 5곳 안팎을 선정할 방침이다.
‘디자인 자유 구역’ 제도도 도입된다. 해당 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세워지는 건축물이 디자인의 혁신성을 인정받게 되면 높이와 건폐율 등의 규제를 덜 받게 된다. 서울시 쪽은 “혁신적인 디자인의 건축물도 각종 심의를 거치면서 당초 설계안이 왜곡·변경되거나 사업 추진이 늦어지는 문제 등을 방지하기 위해 도시, 건축, 교통, 환경 등을 통합 심의하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심사위원에 세계적 건축가들을 위촉해 ‘서울시 건축상’의 위상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오 시장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이후 서울에 혁신적인 건축물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엄근진’(엄숙·근엄·진지) 이미지인 서울을 (건축 디자인을 통해) 즐거운 이미지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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