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간부로 활동하며 건설사로부터 전임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뜯어낸 조직폭력배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해당 노조에 전·현직 조직폭력배 여러 명이 활동한 정황도 파악했다.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8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공동강요) 등의 혐의로 인천지역 폭력조직 조직원 ㄱ(37)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지난해 5월 오산지역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조 활동비 및 복지비 명목으로 건설사로부터 10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ㄱ씨는 경찰이 관리하는 폭력조직의 일원이다.
ㄱ씨는 지난 2021년 9월 양대노총 소속이 아닌 한 건설노조 지역본부 노조원으로 가입한 뒤 법률국장이라는 직책으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인지역 일대 건설현장을 다니며 소속 노조원 채용이나 건설기계 사용을 강요하고, 전임비 등을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면 건설현장 앞에서 장기간 집회를 열거나 관할 공공기관에 민원 등을 제기할 것처럼 위협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됐다.
경찰은 또 다른 폭력조직의 전·현직 조폭들이 건설노조 노조원으로 가입한 정황도 확보했다. 다만, 건설현장에서 보복을 우려한 피해자들이 구체적인 진술을 경찰에 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는 한 건설사로부터 “2년여에 걸쳐 건설노조 여러 곳에서 25억원 상당을 갈취당했다”라는 첩보를 입수한 뒤 진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조직폭력배가 노조원 신분으로 갈취 등 범행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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