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열린 ‘2023 춘계(F/W) 서울패션위크’에 방문객들이 붐비는 모습. 서울시 제공
국내 최대 패션 행사인 서울패션위크에서 일부 디자이너 브랜드가 위조된 서류를 활용해 무대에 선 것으로 확인됐다. 주최자인 서울시는 위조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도 해당 브랜드를 패션쇼에서 제외하지 못했다.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패션 행사에 위조 서류 제출자가 당선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공정이 무너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조사 결과 지난 3월15일부터 19일까지 열린 ‘2023 춘계(F/W) 서울패션위크’ 선정 브랜드 3곳이 부가가치세과세표준증명, 수출실적증명원 등 제출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위조 사실을 알지 못했던 서울시는 3월3일에 제기된 외부 민원으로 이를 인지하고, 부랴부랴 올해 춘계 서울패션위크 신청 브랜드를 전수조사해 이러한 부정 행위를 적발했다. 위조 서류로 당선된 브랜드들은 적발 뒤에도 예정된 패션쇼 무대에 그대로 올랐다.
서울시는 현재 적발된 브랜드들을 서울패션위크 누리집에서 삭제하고, 선정 취소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3월13일에는 공문서 위조 혐의로 경찰에 이들을 고발했다. 서울시 패션위크 담당자는 “패션쇼는 참가 브랜드의 자비로 진행되는데다 패션쇼 당시에는 행정처분 예고 절차를 밟고 있었기 때문에 정식으로 처분이 내려지기 전이라 이를 취소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행정처분은 처분의 사전 통지, 10일 이상의 처분 대상 의견 제출, 청문의 절차를 거쳐 정식 통지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다른 브랜드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에 “불법이 적발됐는데, 패션쇼에 그대로 나오는 것을 보고 너무 황당했다”며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지원하는 행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공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업계에서는 특정 브랜드들이 올해뿐만 아니라 여러해 동안 서류를 위조해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00년부터 시작된 서울패션위크는 1년에 2번, 봄과 가을에 열린다.
서울시는 과거 패션위크에서도 서류 위조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2021년 추계와 2022년 춘·추계 패션위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다만 기간이 지난 서류 등은 서울시에서 대조하기 어려워 조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패션위크 담당자는 “국세청 자료는 3개월이 지나면 조회가 되지 않고, 협회에서 발급한 서류는 서울시가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재작년 행사까지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추계 이전 행사는 서울시가 아니라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주관했기 때문에 과거 제출 서류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서울시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오는 9월 예정된 추계 패션위크 모집공고의 지원 제외 요건에 ‘심사서류를 위·변조, 부정행사하거나 거짓 서류를 제출하여 행정처분을 받고, 공고일 기준 처분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업체’를 추가했다. 패션위크 담당자는 “제출 서류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할 것”이라며 “향후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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