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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도 안 드는 철교 밑에 식물을?…사철나무 수백그루 죽게한 ‘무신경 전시행정’

등록 2023-05-04 17:10수정 2023-05-05 02:32

말라 비틀어진 사철나무 모습. 이승욱 기자
말라 비틀어진 사철나무 모습. 이승욱 기자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 주변에 있는 경인국철(수도권전철 1호선) 밑 굴다리. 벽면 화분에 심어진 사철나무의 잎에서는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말라비틀어진 이파리는 약간의 힘만으로도 과자처럼 부서졌다.

4일 낮 1시 인천 동구 배다리철교 교각 안쪽에는 시든 사철나무가 수백그루 심어져 있었다. 화분 사이 배관 구멍으로 물이 나오고 있었지만 사철나무를 다시 살리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인도 쪽에는 배관에서 흘러나온 물이 넘쳐 물웅덩이가 생기기도 했다.

동구는 2020년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조성 사업’을 하면서 이곳에 사철나무를 심었다.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조성 사업은 경인국철 도원역부터 배다리에 이르는 구간에 역사문화마을을 상징하는 조형물 등을 만들어 관광객이 찾는 공간으로 재단장하기 위해 추진됐다. 전체 사업비는 3억6000만원이었는데, 이 중 8000만원은 ‘배다리 그린프라자 조성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배다리철교 하부 구간에 사철나무를 심는 데 투입됐다.

하지만 사철나무는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철교 아래에 만들어진 공간이라 햇볕이 들지 않은 게 가장 컸다. 겨울에는 사철나무에 자동으로 물을 주기 위해 설치한 배관 장치가 얼어붙었다. 동구는 2021년과 2022년에 400여만원을 들여 배관과 사철나무를 교체하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 사업에 ‘전시성 행정’이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인근에서 전시관을 운영하는 민운기 대표는 <한겨레>에 “햇볕이 종일 들지 않는 음지여서 식물이 잘 자랄 수 없는 조건인데 여기에 ‘녹색’이란 가치를 내세워 사철나무를 심었다. 이 공간을 계속 이대로 둔다면 매년 수백만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구 관광체육과 쪽은 “처음 사업을 할 때는 좋은 뜻에서 진행했지만 그 이후에 사철나무가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문제점을 알게 됐다. 대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4일 낮 1시께 인천 동구 배다리철교 하부구간 한쪽 면에 사철나무가 심어져 있다. 사철나무 상당수는 말라 비틀어졌고, 최근에 새로 심은 나무에서만 생기를 느낄 수 있다. 이승욱 기자
4일 낮 1시께 인천 동구 배다리철교 하부구간 한쪽 면에 사철나무가 심어져 있다. 사철나무 상당수는 말라 비틀어졌고, 최근에 새로 심은 나무에서만 생기를 느낄 수 있다. 이승욱 기자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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