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김포공항역에 ‘70A’ 번호판이 적힌 전세버스가 들어서고 있다. 이 버스는 걸포중앙공원~김포국제공항을 연결하는 70번 노선의 배차 간격을 줄이기 위해 임시로 투입된 전세버스다. 이승욱 기자
“배차 간격 줄어든 건 좋아요. 버스에서 내린 지 얼마 안 됐는데 다음 차가 바로 오잖아요.”
8일 아침 7시15분께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버스 승강장. 김진희(45)씨가 탄 70번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섰다. 겉모습은 여행사들이 이용하는 전세버스지만, 앞 창문 오른쪽에 임시 노선버스임을 알리는 ‘70A’라는 번호판이 달려 있었다. 70번은 김포시 도시철도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지난 1월부터 경기 김포시 걸포동 걸포중앙공원과 김포공항역 사이를 운행하는 버스 노선이다. 경기도와 김포시는 이날 아침 6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전세버스 32대를 투입했다. 이에 따라 하루 38회였던 70번 버스의 운행 횟수는 62회로 늘고, 배차 간격은 15분에서 5분으로 줄었다.
이날 버스에서 만난 승객들은 배차 간격이 줄어든 것을 크게 반겼다. 김씨는 “지난번에는 15분을 넘게 기다려 버스를 탈 수 있었는데, 오늘은 버스 운행 현황 전광판에 3~4대가 한 정거장 차이로 연이어 움직이는 게 보였다”고 했다. 항공사에서 일한다는 30대 남성도 “오늘 버스를 놓쳤는데 바로 다음 버스가 도착했다. 배차 간격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실제 이날 김포공항 버스 승강장에 아침 7시10분부터 8시까지 머물며 버스 도착 시각을 확인해보니 배차 간격이 6분 이상이었던 경우는 16대 중 4대뿐이었다. 배차 간격이 가장 길었던 것도 10분을 넘지 않았다.
다만 배차 간격을 줄인 것이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민은 많지 않았다. 김포와 서울을 연결하는 도로가 많지 않아 상습 정체가 이어지는 탓에 출근 시간대에 버스를 이용할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다. 이날 기자와 함께 버스에 탔던 우정환(48)씨는 “김포에서 서울로 가는 도로가 두개밖에 없어서 차량이 몰린다. 풍무역에서 버스를 탔는데, 지하철을 타면 10분 조금 넘게 걸리는 구간을 버스로는 얼마가 걸릴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우씨가 탄 버스는 풍무역에서 김포공항까지 35분이 걸렸다. 우씨는 “버스 운행 대수를 아무리 늘려도 우회도로 개통 등 인프라 확충이 없으면 버스를 탈 주민들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8일 아침 6시30분께 경기 김포시 걸포중앙공원 인근에 마련된 70번 버스 임시 주차장. 이승욱 기자
이날도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는 여전했다.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만난 고귀한(48)씨는 “오늘도 지하철 객차 안이 콩나물시루였다. 지하철 1편에 객차가 2량밖에 없는데 거기서 이 많은 승객이 내리는 것을 보면 혼잡도가 어느 정도일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아침 8시께 김포공항역에서는 여성 승객 한명이 호흡곤란으로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날 김포공항역에서는 또다른 승객 2명이 119구조대의 응급처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있던 김포골드라인 직원은 “10분 정도 역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호송됐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식은땀도 흘렸는데, 원래 저혈압이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