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서울을 이용하는 모습. 메타버스 서울 갈무리
서울시가 올해 1월 출시한 ‘메타버스 서울’의 월 방문자 수가 석달 만에 1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달 메타버스 서울의 방문자 수는 8212명으로 하루 273명꼴이다. 메타버스 서울의 성적이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인천시도 ‘메타버스 인천’ 제작을 위한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기간 주목받았던 메타버스의 열기가 식어가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들여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겨레>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메타버스 서울의 월별 방문자 수를 보면 출시 첫달 1만3097명으로 출발해 2월에 1만4013명으로 소폭 올랐다가 3월 1만88명, 4월 8212명으로 연이어 하락했다. 5월은 25일 기준 9466명으로 소폭 올라 총 1만명 내외에 머물 전망이다. 이는 ‘방문 횟수’로, 한명이 여러번 방문해도 중복 집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순수 이용자 수는 더 적을 가능성이 크다. 메타버스는 초월·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메타버스 서울은 서울시에서 만든 공공 메타버스다. 제페토, 로블록스 등 민간 메타버스 플랫폼에 지자체 공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직접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시는 메타버스 서울을 내놓기까지 2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높아지면서 주목받던 메타버스 사업은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디즈니 등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의 경우 올해 메타버스 사업을 접는 등 하락세를 겪고 있다. 실제로 구글트렌드와 네이버트렌드로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1월부터 전날까지 ‘메타버스’ 검색 추이를 보면 메타버스는 2021년 2월부터 검색량이 늘기 시작해 같은 해 11월 정점을 찍은 뒤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자체가 만든 공공 메타버스의 특색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디자인이나 콘텐츠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다가 120 민원 상담, 민원서류 발급, 기업지원 상담 등 메타버스 서울을 거치지 않더라도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는 행정 서비스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5월에 이용자가 반등했고 6월에 저작도구, 피시(PC) 버전 등이 도입되면 이용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 본다”며 “서비스 초기라 이용자가 적지만, 공공 메타버스는 메타버스와 행정을 연결시켰단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사업의 전반적인 하락세 속에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공공 메타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메타버스 인천 플랫폼 구축사업 제안요청서’를 보면 인천시는 올해 9억5600만원을 들여 ‘메타버스 인천’을 제작한단 계획을 세웠다. 메타버스 내에 인천시청을 구축하고, 행정 서비스 및 시민참여 행사 등을 마련하겠다는 점이 메타버스 서울과 유사하다. 인천시 관계자는 “메타버스 인천은 증강현실(AR)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며 서울과의 차이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두고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한다. 우운택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메타버스는 한달에 수백만명은 머물러야 굴러갈 수 있고, 사람이 모이려면 재미나 의미가 있거나 경제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며 “재미도 의미도 없고 돈도 벌 수 없는 공간에 누가 머무르겠느냐. 공공 메타버스는 ‘가상’만 있을 뿐 ‘세계’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공의 역할은 메타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경제·사회 활동이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감독하는 것”이라며 “공공이 사업 주체로 나서는 건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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