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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대표적인 다문화마을인 연수구 함박마을에서 외국인과 내국인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내국인으로 구성된 함박마을 한인상가 생존권 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연수구에 외국인 범죄 단속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외국인들이 마약 거래를 하고 집단 패싸움을 하거나 단체로 무리 지어 다니면서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단속을 강화하고 상인들의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상인 김아무개(57)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불안해서 못 살겠다. 골목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다른 곳에 가서 피우라’고 하면 ‘신고해’라며 들은 척도 안 한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했다. 이들은 조만간 관련 집회도 열 계획이다.
함박마을은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많은 마을이다. 지난달 2일 기준으로 외국인은 7400명으로, 전체 주민의 61%를 차지한다. 하지만 불법체류자가 많아 실제 거주 외국인은 1만4000명이 넘을 것으로 관계 당국은 추산한다. 함박마을은 옛소련 시절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한 고려인 중 한국에 귀국해 정착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고려인 마을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러시아권 사람들이 살기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4~5년 전부터 중앙아시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유입됐다고 한다.
내국인들은 외국인이 늘면서 범죄가 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연수경찰서의 범죄 통계를 보면 지난 1년 동안(2022년 6월~2023년 5월) 함박마을에서 발생한 298건의 범죄 가운데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는 14건으로 4.6%에 불과했다.
내·외국인 간 갈등을 풀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류미정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운영위원장은 “내·외국인의 생활 공간을 강제로 분리할 수도 없는 이상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관할 지자체인 연수구가 다양한 행사나 모임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수구도 이런 주장에 동의한다. 구는 조만간 골목상권 축제를 열고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연수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가장 불편을 겪는 쓰레기 무단 투기와 불법 주정차 등에 대해서는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