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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국적 무슨 상관이죠?…‘다름’ 있어 재밌는 어린이집

등록 2023-06-30 08:00수정 2023-06-30 08:39

서울시 용산구 동빙고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아들 우진과 함께 노는 정승주씨. 동빙고어린이집 제공
서울시 용산구 동빙고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아들 우진과 함께 노는 정승주씨. 동빙고어린이집 제공

‘다름’이 누군가를 배제하는 근거가 아니라, 더 재밌게 놀게 만드는 에너지로 작용하는 곳이 있다. 서울시가 지정해 운영 중인 장애아통합어린이집·다문화통합어린이집이다. 이곳을 다니는 아이들은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함께 수업을 듣고, 국적이 어디든 함께 신나게 논다.

지난 19일 서울시 중랑구 면일어린이집에서 만난 이지영씨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자녀 아루를 위해 이곳의 장애아통합반 등원을 선택했다. 처음 아루가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오경숙 면일어린이집 원장 덕이다. 아루를 계속 지켜보던 오 원장이 조심스레 이씨에게 먼저 아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오랫동안 장애아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쌓인 현장 경험 덕분에 아루의 특성을 큰 어려움 없이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병원 진단 이후 어린이집을 관두고 치료에 전념했던 아루가 2020년 다시 면일어린이집에 돌아온 건 장애아통합어린이집에 대한 신뢰 덕이다. 이씨는 “단 한번도 이곳 선생님이 (아루를) 차별한다거나 반대로 배려받아야 한다며 불필요한 도움을 먼저 주는 걸 본 적이 없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아루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을 건네니 의사소통 기술도 좋아지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도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기준 면일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 120명 가운데 장애 아동은 21명이다. 서울 시내에 이곳처럼 장애·비장애 아동이 함께 다니는 장애아통합어린이집은 416곳이다. 서울시는 장애아통합어린이집에 치료사 등의 인건비와 편의시설 개선 비용, 가족 상담 등 가족 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해왔다. 올해부터는 장애아 발달과 치료를 돕는 교구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장애아 부모들이 만나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부모 공동체를 강화하는 사업도 새로 시작했다.

장애아통합어린이집인 서울시 중랑구 면일어린이집은 ‘장애아 통합 교육’에 대한 선생님과 부모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교육을 시행한다. 면일어린이집 제공
장애아통합어린이집인 서울시 중랑구 면일어린이집은 ‘장애아 통합 교육’에 대한 선생님과 부모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교육을 시행한다. 면일어린이집 제공

용산구 동빙고어린이집 ‘만 2살 반’에 다니는 우진에게도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어머니가 베트남 사람이라는 것. 다문화통합어린이집으로 운영되는 이곳에 다니는 아이 70명 중 16명은 우진처럼 엄마와 아빠의 나라가 다르거나 아예 부모 모두 외국에서 온 경우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내 다문화통합어린이집(118곳)에 재원 중인 다문화·외국인·북한이탈주민 아동은 1651명으로 전체 재원 아동의 23.6%를 차지한다. 특히 영등포구·구로구·광진구의 일부 다문화통합어린이집은 다문화 아동 비율이 80%가 넘을 정도로 높다.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을 고려해 서울시는 올해 다문화통합어린이집 12곳을 늘려 총 130곳(6월 기준)을 운영 중이다.

통합 교육에 대한 부모의 만족도는 높다. 우진의 아빠 정승주씨는 “첫째도 이곳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놀이터에서 피부색이 다른 아이를 만나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와 부모가 모두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문화통합어린이집에 ‘사회 적응 프로그램 운영비’를 매달 30만원씩 지원한다. 부모의 한국어가 서툴러 아이의 언어 습득이 느린 경우 어린이집에서 자체적으로 언어 교육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심우경 동빙고어린이집 원장은 “어릴 때부터 세상에 다양한 아이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발달 속도가 달라도 ‘친구’라는 경험이 보편화해야 커서도 사회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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