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 오전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재개발·재건축 진행 속도를 앞당기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도입 2년여만에 44곳의 기획을 확정했다. 1차 공모 선정 지역이면서,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 도시재생 1호였던 창신·숭인동 일부 지역엔 2000세대 안팎 규모의 주거단지가 들어선다.
서울시는 5일 신통기획 1차 공모지 21곳을 포함해 44곳의 사업 기획을 완료했으며, 올해 말까지 75곳, 내년 상반기까지 82곳을 대상지역으로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1년 9월 도입된 신통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서울시가 통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관련 절차를 단축하는 제도로, 정비구역 지정까지 보통 5년 정도 걸리던 기간을 최대 2년까지 줄일 수 있다. 신통기획이 완료된 44곳 중 8곳이 지금까지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신통기획 1차 공모지 가운데 마지막으로 기획이 확정된 창신 23번지·숭인 56번지 일대는 기존지형을 활용한 구릉지 특화 도심주거단지로 만든다. 이 일대는 한양도성과 낙산 언덕으로 둘러싸인 언덕 지형으로 2007년 재정비촉진사업(뉴타운), 2014년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가 해제되고 신통기획 도입후 1차 대상지역으로 선정됐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만들었던 시설은 사업 구역에 포함되지 않아 유지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 일대의 용도지역을 상향하고,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채석장과 지봉골공원을 재배치할 계획이다. 창신역에서 서쪽 채석장전망대와 동쪽 숭인근린공원을 연결하는 입체보행로를 만들고,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해 단지 내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등을 마련한다. 또 구릉지를 따라 건축물이 겹겹이 배치돼 중첩경관을 이룰 수 있도록 창신역 일대는 고층, 청룡사 등 문화재·학교 주변은 저층, 경사지는 중저층으로 짓는다.
주민찬성률이 높은 창신23번지와 숭인56번지는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됐지만, 나머지 창신·숭인 일대는 재개발에 대한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이 일대를 방문한 오세훈 시장 주변으로는 재개발을 반대하는 ‘창신동 재개발 반대위원회' 주민들과 재개발을 촉구하는 창신12구역 주민들이 모두 피켓을 들고 모였다. 주민들이 공동출자해 설립된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손경주 상임이사는 <한겨레>에 “이곳은 지형상 개발이 어려운 곳”이라며 “엘리베이터 신설 등이 포함된 계획안이 실제로 실현되기까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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