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연구원 등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정재)는 11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세메스 전 연구원 ㄱ(47)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또 ㄱ씨가 세메스에서 퇴직한 뒤 2019년 설립한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법인에도 벌금 10억원을 명령했다. 공범인 브로커 ㄴ씨와 세메스 협력사 대표 등 4명에게 징역 2~4년, 벌금 300만~3억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에서 유출 및 부정 사용된 자료는 세메스가 다년간 연구하고 개발해 얻은 성과이자 일부는 국가핵심기술”이라며 “이런 범죄를 가볍게 처벌한다면 해외로 기술 유출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ㄱ씨는 2016년 세메스를 퇴직한 뒤 2019년 직접 회사를 설립해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임계 이상의 고온, 고압의 물질의 상태)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 도면을 브로커 ㄴ씨를 통해 중국 업체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그가 유출한 기술은 초임계 이산화탄소로 반도체 기판을 세정하는 첨단기술로, 세메스 외에 일본 기업 한 곳만 보유·상용화했다.
ㄱ씨는 또 세메스가 세계 2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매엽식 인산 세정장비(인산 약액을 사용해 세정하는 장비) 기술 정보도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에게 누설한 혐의도 있다. 공정별 약액 비율 및 설비사양, 로봇 세팅 값 등의 정보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ㄱ씨는 지난해 5월 세메스가 개발한 습식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현재 구속수감된 상태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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