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의회 앞에서 안양시 공무원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시의회가 공무원들을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매도했다”고 비판하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안양시 공무원노조 제공
“안양시는 의회와 주민을 무시한 밀실행정을 자행했다. 저의가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시민과 함께 시청의 인사 발령을 지켜볼 것이며, 건축허가가 난다면 누가 장례식장의 대표가 되고 누가 이사가 되고 누가 그곳에서 녹을 받게 되는지 주민들과 함께 지켜보겠다.”
지난 7월18일 경기도 안양시의회 임시회에서 조지영 안양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 5분 발언 가운데 일부다. 이 발언은 시의회와 공무원노조의 갈등으로 번졌다. 노조는 조 의원을 직접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고, 의회는 “정당한 의정활동을 방해한다”며 반발했다.
갈등은 안양시 동안구 호계1동에 지하 1층∼지상 3층짜리 장례식장 건축을 허가하는 문제에서 시작됐다. 안양시는 2019년 2월 장례식장 건축허가 신청이 들어오자 ‘민원 유발’ 등을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업체는 같은 해 4월 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2020년 1월 안양시는 패소했다. 시는 같은 해 2월 항소했으나, 그해 8월 2심에서도 패소했다. 판결 요지는 “장례식장을 혐오시설로 볼 수 없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없음에도 허가 거부는 위법하다”는 것이다.
결국 시는 법률 자문 등을 거쳐 ‘소송의 실익이 없고, 손해배상 청구 등이 예상된다’며 상고를 포기했다. 이후 업체는 지난 6월부터 다시 건축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를 두고 호계1동이 지역구인 조 의원이 ‘장례식장이 들어서면 해당 업체에 공무원들이 간부 등으로 취직하려는 게 아니냐’고 따진 것이다. 그러자 노조는 지난 20일 조 의원을 찾아가 해당 발언의 이유와 근거를 따지고 조 의원과 시의회에 공문을 보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안양시의회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같은 날 입장문을 내어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은 시의원의 정당한 권리다. 노조가 의회에 강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되레 노조에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다시 반발했다. 앞서 안양시도 입장문을 내어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으로 안양시 공무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매도했다. 사과하지 않으면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초자치단체에서 집행부와 의회, 단체장과 노조가 갈등을 빚는 경우는 있어도 공무원노조와 의회가 직접 충돌하는 모습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의회가 소속 정당을 초월해 똘똘 뭉치고, 노조 편에 시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이 한층 격하고 복잡해지고 있어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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