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A21은 심야 이동 수요가 많은 합정역~동대문역 구간 중앙버스전용차로 9.8㎞를 평일 오후 11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5시 10분까지 운행한다. 연합뉴스
“안전벨트를 꼭 매주셔야 출발합니다.” “내릴 때 미리 일어나지 마세요. 벨만 누른 뒤 버스가 완전히 정차하면 하차하세요.”
지난 4일 밤 11시 30분 서울 마포구 합정역에서 첫 운행을 시작한 심야 자율주행버스 ‘심야A21’에 승객이 타자, 시험운전사와 오퍼레이터(시스템 관리자)가 연신 승객들에게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안전벨트를 매고 주행 중에 일어나지 않는 건 자율주행버스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수칙이다. 버스에 탑승한 승객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이내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안전을 위해 입석도 허용되지 않다 보니, 합정역 정류장에서 일부 손님은 아쉬움을 삼킨 채 내려야만 했다. 버스는 승객 23명이 탑승 가능한 규모다. ‘심야A21’노선은 합정역에서 홍대입구, 신촌, 광화문, 종로 등을 거쳐 동대문역까지 왕복 운행한다.
4일 밤 첫 운행을 시작한 서울시 심야자율주행버스 ‘심야 A21’ 노선이 운행되는 모습. 정류장에서 문을 개폐하거나 비상상황 등에 대응하기 위해 시험운전사가 착석하지만 평소엔 손을 뗀 채 주행한다. 에스유엠(SUM) 촬영/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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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버스지만, 승객이 이를 실감하는 건 쉽지 않다. 운전석에 시험운전자가 앉아있기 때문이다. 시험운전자는 정류장에서 문을 여닫고 혹시 모를 비상상황 등에 대응한다. 핸들에서 손을 뗀 채 운행하지만 주행 중 승객이 자리를 이탈하지 못하다 보니 눈으로 직접 확인하긴 어렵다. 교통신호를 수신하고 위치를 식별하는 장치가 버스 앞쪽에 설치된 점, 모니터를 보며 버스의 운행 상황을 확인하는 오퍼레이터가 앉아있는 점 등으로 일반 버스와는 다른 버스임을 가늠할 뿐이다.
심야 자율주행버스 기사를 보고 일부러 합정역 정류장으로 와 ‘첫차’를 탄 김예린(23), 길성호(27)씨는 “(승차감은) 일반 버스와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버스는 이날 정류장 인근이나 횡단보도 앞에서 몇 번 급정거했는데 김씨는 “운행 도중 급정거를 하는 부분이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통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길씨는 버스 내부를 꼼꼼히 살폈다. 그는 “이대역에서 서대문역으로 갈 때 (안내 전광판에) 위치나 신호등 표시가 잘못 표시된 적이 있다”며 개선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자율주행버스에 함께 타는 ‘오퍼레이터’(시스템 관리자)가 확인하는 모니터. 버스 운행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다. 박다해 기자
심야자율주행버스 ‘심야A21’ 노선 내부. 교통신호 등을 수신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고 앞쪽에 시험운전자와 오퍼레이터가 앉는 좌석이 마련돼있다. 안내 전광판에는 버스에 설치된 카메라가 인식하는 차량, 사람 등을 보여주는 화면을 함께 볼 수 있다. 박다해 기자
심야버스는 야간 근무자에겐 필수 이동수단이다. 새벽 1시가 넘어가자 홍대입구 등 번화가로 향하는 대리기사들이 하나둘씩 탔다. 이날 충정로에서 탑승한 대리기사 신창현(63)씨는 “너무 살살 가는 것 같아 답답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버스 최고 속도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시속 50㎞고, 평균 주행속도는 시속 40㎞다. 정류장마다 하차하는 승객을 충분히 기다리고 안전벨트 착용 안내까지 하다 보니 일반 버스보다 시간이 좀 더 지연된다고 느낄 만도 했다.
그런데도 새 이동수단은 반갑다. 종로5가 정류장에서 탄 박이순(67)씨는 “새벽 1시께 퇴근하면서 심야버스인 N26, N62를 이용했는데 심야버스가 (아무래도) 하나 더 늘어나니까 (선택지가 늘어나) 좋다”고 말했다.
‘심야A21’버스는 서울대학교와 자율주행 연구개발회사 에스유엠(SUM) 등이 협력단으로 참여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 개발해 이날 버스에 동승한 유진수 서울대 기계공학부 박사후연구원은 “노란불이 들어올 때 정지선을 넘지 않도록 감속을 세게 해 급정거처럼 느낄 수 있다”라며 “신호 잔여 시간, 교차로 길이 등을 고려해 운행하는데 이를 좀 더 보완해 승차감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4일 밤 서울 동대문역 인근에서 심야 자율주행버스 ‘A21’번이 첫 운행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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