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이 폭로한 어린이집 부실급식 사진. 제주시내 한 어린이집은 반찬 없이 물에 밥만 말은 형태로 점심을 제공했다. 연합뉴스
최근 5년간 서울 시내 어린이집에서 불량 식재료를 쓰거나 부실 급식을 제공하는 등 ‘급식 비리’로 점검을 받은 사례가 모두 11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616건)의 18%에 해당하는 수치로 경기도(175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는 민간시장에 돌봄을 떠넘긴 결과여서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열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공공돌봄 강화 의견수렴 공청회’에서는 보건복지부가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집계한 ‘지역별·시설 유형별 어린이집 급식비리 점검 현황’이 공개됐다.
이 자료를 보면, 사립 유치원 비리가 공론화된 2018년 이후에도 급식비리가 반복되면서 한 해 평균 107곳이 시정명령, 운영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검한 급식비리 616건 가운데 민간(278건) 또는 가정(268건) 운영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경우가 전체의 89%에 달했다. 운영주체가 민간일 경우 원장 개인이 시설을 사유화하기 쉽지만, 내부 고발이나 감시·통제가 어려운 특성 때문으로 분석됐다.
김종해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표준보육비용에 시설 설립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전하거나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집 설립자들은 원장의 인건비 이외에 채무 상환이나 비용 보전을 위한 이윤을 추구하게 된다”며 “이로 인해 회계 부정과 관련된 여러가지 편법이 동원되는 것”(복지동향 243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공청회 발제자인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도 급식비리를 “사회서비스를 민간에 맡겼을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폐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 운영비율만 52.8%인데 이밖에 민간법인 등을 합치면 민간 운영 비율을 훨씬 올라간다”며 “지금까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해 온 어린이집 6곳도 민간으로 넘어간다면 서울시는 사실상 공적인 차원에서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시는 ‘혁신’을 내세우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어린이집 위탁운영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현재 서울시 내 국공립어린이집도 절반 이상 개인이 운영 중이다. 이달 기준 서울의 국공립어린이집 수는 모두 1838곳으로, 운영 주체별로 보면 △개인 971곳 △법인 434곳 △단체 340곳 △기타(시설관리공단·육아종합지원센터 등) 93곳이다.
한편, 서울시민은 10명 중 9명꼴로 ‘공공돌봄을 선호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서던포스트가 지난달 22일∼29일 서울시 만 18살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및 사회서비스 공공성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1.3%가 “돌봄서비스와 같은 사회서비스 기관의 운영 주체는 공공부문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또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할 일이 생긴다면 공공부문이 운영하는 시설을 이용하고 싶다”는 답변도 89.9%에 달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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