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심미선·신효순양의 유족이 4일 경기 양주시 광적면 사고 현장에서 열린 미군 추모비 이전식에서 두 소녀의 넋을 기리고 있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희생된 신효순·심미선 양을 기리기 위해 사고 현장에 세워진 주한미군의 추모비가 옮겨지고, 그 자리에 평화공원이 들어선다. 두 소녀가 숨진 지 17년 만이다.
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효순미선 평화공원 조성위원회’는 4일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사고 현장에서 유족과 시민단체 회원, 종교인 등이 참석해 두 소녀의 넋을 달래며 이전식을 했다.
위원회는 이어 17주기 추모제가 열리는 오는 13일 이곳에서 평화공원 착공식을 열고, 2012년 시민 성금으로 만든 추모비 ‘소녀의 꿈’을 옮겨올 예정이다. 높이 2.4m, 가로 1.8m 크기의 철제 조형물 한 쌍으로 만들어진 시민 추모비는 7년이 지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하고 추모 행사 때마다 트럭에 실려 옮겨다녀야 했다. 평화공원 출구 쪽으로 옮겨지는 미군 추모비 자리에는 공원 진입로와 추모의 벽이 들어선다.
시민단체들은 2009년 5월과 지난해 1월 시민 추모비 건립을 위해 미8군 사령관에게 추모비의 미2사단 영내 이전을 요청했다. 이에 미대사관은 “추모비는 미국 정부가 유족들에게 기부한 것이므로 이전 및 철거는 한국 정부와 소유권자들이 결정하면 된다”고 알려왔다. 미군 추모비 이전을 반대하던 유족들도 부지 안 이전을 양해했다.
위원회는 평화공원 조성을 위해 시민 성금을 모아 2017년 9월 사고 현장 366㎡을 사들이고, 미군 추모비 부지 115㎡을 증여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1억5천만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모금을 계속 진행중이다. (성금 계좌:국민은행 011201-04-185740 효순미선)
2002년 당시 중학생이던 심미선·신효순양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경기 양주시 광적면 사고 현장에서 미군 추모비 이전식이 열리고 있다.
효순·미선양은 중학교 2학년이었던 2002년 6월13일 친구 생일 잔치에 가다가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던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미 군사법원은 장갑차를 운전한 미군 병사들에게 무죄 평결을 내려 전국적인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박석분 집행위원장은 “효순·미선양 사건은 한미동맹에 의한 한국의 주권 침해가 계속되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평화공원 조성은 진상규명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 해결의 또 하나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글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사진 효순미선 평화공원 조성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