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한강대교 사이에 2층 높이로 지어지는 보행교 ‘백년다리’가 비판에 휩싸였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2021년까지 한강대교 남단 노량진과 노들섬 사이에 건설하려고 하는 2층 높이의 보행교인 ‘백년다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고, 내년도 백년다리 예산 180억원을 검토할 서울시의회는 사업 타당성 검토를 위한 토론회를 여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중앙정부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속도 조절에 나선 새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에 이어 백년다리가 또 다른 논란거리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백년다리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넉달 뒤인 7월 설계안을 선정했다. 올해 말까지 기본·실시 설계를 마친 뒤, 2020년 착공, 2021년 완공할 계획이다. 전체 예산은 300억원이다.
문제는 백년다리가 2개의 한강대교 사이에 2층 높이로 지어진다는 점이다. 시민단체들이 이 다리가 보행 편의나 안전을 개선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전상봉 서울시민연대 대표는 “굳이 2층 높이에 보행교를 만들어서 일반 시민과 보행 약자들이 2층까지 오르내리는 불편을 겪어야 하는가”라며 “그냥 지금의 한강대교 보행로를 따라 건너는 것이 훨씬 더 편리하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이어 “광진교처럼 한두개 차로를 줄여서 한강대교 보행로를 넓히면 시민들에게 편리한데, 왜 300억원이나 들여서 억지스러운 2층 보행교를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백년다리는 2층 높이여서 시민들이 엘리베이터와 경사로로 오르내려야 한다. 서울시 제공
노량진과 용산 등 주변 지역과의 보행 연계가 안 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은희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정책연구센터장은 “보행은 네트워크인데, 현재 한강대교는 용산과 노량진 등 주변 지역과의 연결성이 매우 나쁘다. 새로 보행교를 놓을 것이 아니라, 이 연결성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철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기획위원은 “이 사업을 왜 노량진~노들섬 사이 1단계와 용산~노들섬 사이 2단계로 나눠 추진하는지 알 수 없다”며 “최소한 한강대교 전체에 대한 기본 구상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년다리는 아치 구조물 사이에 지어져 한강대교의 ‘역사적 경관’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서울시 제공
백년다리가 1917년 처음 놓인 한강대교의 역사적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문화재 지정은 안 됐지만, 한강대교는 한강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사실상 문화재나 다름없다. 이 다리엔 근현대 100년의 역사가 녹아 있는데, 이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상봉 대표도 “한강대교 아치는 한강의 대표적 경관인데, 그것을 변경하는 데 대한 검토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동일 서울시 공공재생과장은 “한강대교 기존 보행로가 소음과 진동에 노출돼 있는 등 환경이 좋지 않아 백년다리를 2층 높이에 만들었다. 이곳에 올라가면 쉴 수 있고 한강과 서울을 조망할 수도 있다”며 “주변 지역 보행 연결성은 백년다리 완공에 맞춰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한강대교 남북단을 모두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노량진 쪽 보행 환경이 더 나빠 우선 추진했다”며 “노들섬~용산 사이 보행교 건설 방안도 현재 2단계로 검토 중이다. 백년다리 설계 당선작은 기존 경관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이용 편의를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