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4일 주요 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 참석 차 일본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49)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의정부시갑 상임부위원장이 11일 오후 신한대 에벤에셀관 컨벤션홀에서 자신의 저서 <그 집 아들> 북 콘서트를 열고 4·15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아버지인 문희상(75) 의장이 6번씩이나 당선된 지역구(의정부갑)를 물려받아 출마하려는 문씨에 대해 ‘지역구 세습’ 비판이 가열되고 있다.
문씨는 이날 북 콘서트에서 이런 논란에 대해 “제 나이가 올해 50살이다. 50살이나 돼서 세습이니, 아버지 뜻으로 하는 것처럼 말하면 정말 섭섭하다”며 “아버지의 길을 걷겠지만 ‘아빠찬스’는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은 세습이 가능한 게 아니다. 지역주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야 될 수 있는데 세습이라는 프레임으로 덧씌우는 것은 공당과 의정부시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씨는 또 “누구보다도 아버지의 오랜 정치 인생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고 배우며 체득했다. 아버지처럼 훌륭한 정치인의 길을 감히 따라갈 수 있을까 많이 두렵지만 올바른 정치, 공정한 정치, 서민들을 위한 정치에 저의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했다. 정치를 하는 이유로는 ‘소상공인을 대변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는 “3대째 운영해온 서점 숭문당이 인근에 대형서점이 생긴 뒤 매출이 급격히 하락해 직원을 절반 이상 줄였다. 정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보다도 소상공인을 위한 법을 만드는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치에 첫발을 내딛은 문씨의 이날 북 콘서트에는 3천명이 넘는 당원, 지지자, 정치인 등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양주)은 “여러분이 사랑하는 그분과의 인연으로 정치를 시작했고, 20년 전 양주시에 처음 민주당 깃발을 꽂을 수 있었다”며 “누구의 아들이 아닌 문석균을 봐 달라”고 말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문희상 의장은 문석균의 생부이자, 나 안병용의 정치적 아버지”라며 “훌륭한 정치인의 아들로서 아버지가 세운 뛰어난 정치적 기록을 갈아치운다는 의지로 정치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영상 축사를 통해 “그집 아들, 뉘집 아들이냐. 바로 6선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이라며 “집안에서 얼마나 제대로 정치를 배웠겠느냐”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씨가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출마하는 것을 두고 ‘아빠찬스’ ‘봉건 세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시민은 “세습이란 말 듣기 싫으면 아버지랑 상관없는 곳에서 당당히 출마하라. 본인의 노력 없이 아버지가 가진 터전과 기득권을 물려받는 건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정치에 뜻이 있으면 시·도의원 출마 등 단계적으로 준비를 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 50살까지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데 아버지 이름 팔아가며 바로 국회의원에 출마하니 세습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이 50에 아직 아버지로부터 독립을 못 했다니. 한심한 줄 알고, 일단 자아 정체성부터 형성하라”고 그를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이 나라가 점점 일본이 되어갈 모양”이라며 “자민당 의원의 3분의 1이 세습 의원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봉건적 악습이 우리 사회에서 어느덧 공적으로 용인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는 이 봉토세습을 승인해 줄 것으로 보이는데, 저는 이것이 조국 사태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본다”며 “조국 사태 이후 비리를 비리라 부르지 못하게 됐다면, 이번 사태 이후에는 세습을 세습이라 부르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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