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가 입국자 급증에 따라 자가격리자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3일부터 입국예정자 사전 조사를 실시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사진은 입국자 특별수송 앰뷸런스. 2020.4.5 [서울 강남구청 제공.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면 안되는 자가격리 무단이탈자들에 대한 고발이 속출하고 있다.
자가격리 통지를 받은 바로 다음날 동료들이 밀집한 직장에 출근한 무단이탈자가 6일 서울 강남구에 의해 고발됐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거주하는 ㄱ(64)씨는 기존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지난 1일 자가격리 통지를 받았지만, 바로 다음날 무단일탈해 회사에 출근하고 식당에 방문했다. 이날 보건소에서 검체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아 확진자가 됐다. 서울 강남구는 ㄱ씨를 비롯해 현재까지 자가격리 무단이탈자 3명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편의점 방문 등을 핑계로 외출했다 고발당한 자가격리 이탈자들도 있었다. ㄴ(25)씨는 자가격리 기간이던 지난달 29일 보건당국의 연락을 받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갔다가 적발됐다. 인천 미추홀구는 ㄱ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그의 상태를 확인하러 자택을 방문했다가 외출 사실을 확인했다. ㄴ씨는 “개인적인 볼 일이 있어 잠깐 나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ㄷ(28)씨도 지난달 11일∼21일까지 자가격리 중이었지만, 담배를 사러 집 밖으로 나가거나 자신의 차량을 몰고 외출하는 등 3차례 자택을 무단으로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ㄴ씨의 이탈 행위는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에 기록돼 남동구청 소속 공무원에게 전달됐다. ㄴ씨는 자택을 벗어난 사실을 확인한 남동구 공무원으로부터 자가격리를 지키라는 경고를 받고도 따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 목포시의 ㅁ씨는 지난 7일까지 잠복 기간인데도 지난 1·2일 두 차례 집 앞의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가는 등 무단이탈을 한 혐의로 고발됐다.
막무가내로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경우도 있었다. 헝가리에 방문했던 ㄹ씨는 오는 12일까지 14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갔지만, 지난 4일 저녁 무단이탈해 집 근처 식당에서 친구들과 5시간가량 어울리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남도 방역조사팀에 적발됐다. 유럽에서 입국해 자가격리 중이던 유학생 ㅂ(31)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3시께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강릉의 한 운동장을 찾아 1시간 동안 운동을 하다 이탈을 알리는 앱이 울리는 바람에 이탈 사실이 발각됐다.
자가격리앱을 깔지 않거나 심지어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간 경우도 발생했다. ㅅ(53)씨는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9일까지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지만 지난 3일 오후 2시께 자가격리 앱을 깔지 않은 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점검반에 적발됐다. 부산 북구는 6일 자가격리를 위반한 ㅅ씨를 부산 북부경찰서에 고발했다.
자가격리 대상자인 부부가 모두 무단 이탈했다가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경기 군포시는 코로나19로 확진된 50대 남성과 부인, 자녀 1명에 대해 4일 감염병의 예방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조치했다. 이들은 군포효사랑요양원의 첫 번째 확진자(85)의 아들 부부로 지난달 19일 어머니가 확진자로 판정되자 자녀와 함께 3명이 모두 2주간 자가 격리됐다. 이들 부부는 자가 격리 해제 하루 전 검체검사에서 1일에는 남편이, 아내는 3일 잇따라 확진됐고 역학조사 중 외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희영 경기도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은 6일 브리핑에서 “이들 부부에 대한 조사를 해보니 자가격리 중 외출이 많이 있던 것으로 파악했다 당사자들 협조가 안돼 차량 블랙박스를 조사했는데 굉장히 많은 동선이 밝혀졌고 그래서 다시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에는 베트남 국적의 20대 여성 2명과 남성 1명 등 유학생 3명이 자가격리지를 이탈한 것을 군산시 공무원이 유선전화 점검과정에서 확인됐다. 경찰조사 결과, 3명의 유학생은 전북 군산시 나운동 은파호수공원에서 5시간 가량 머물렀으며, 특히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거주지에 휴대전화를 놓고 외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친구 사이인 이들은 3월28일부터 4월1일 동안 입국했으며, 2명이 지난달 31일에, 1명이 3일에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원룸에 격리 중이었다.
특히, 코로나19 전국 확진자의 66%와 사망자의 69%가 발생한 대구에서는 현재 모두 24명이 자가격리 통보를 어겨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2일 오전 11시께 자가격리 대상인 60대 남성 확진자는 마스크를 사려고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또 지난 2월22일에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70대 부부가 경기도에 있는 딸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두 부부는 이후 발열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고 지난 2월26일 확진 판정이 났는데 이후 역학조사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밝혀졌다.
채윤태 김광수 박임근 박수혁 최상원 안관옥 김일우 이정하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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