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민 대상 지원금 살펴보니
최대 186만원 차이나는 경우도
지자체 경쟁 등이 금액 차 키워
무리한 세출 조정에 우려도
최대 186만원 차이나는 경우도
지자체 경쟁 등이 금액 차 키워
무리한 세출 조정에 우려도
140만원 vs 286만1천원 vs 100만원.
왼쪽은 서울시에 사는 서아무개씨 가족(4인 가구)이 정부와 지자체에서 받게 될 코로나19 관련 재난지원금입니다. 가운데는 다음은 경기도 포천시에 거주하는 김아무개씨 가족이 받게 될 지원금이고, 맨 오른쪽은 울산시에 사는 최아무개씨 가족이 받는 지원금입니다. <한겨레> 취재 결과, 거주지에 따라 많게는 180만원까지 지원 금액에 차이가 발생하는데요. “똑같은 국민인데 왜 사는 지역에 따라 금액 다르냐”고 의문을 가지시는 독자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래서 사는 지역에 따라 우리 가족이 받게 될 지원금이 어떻게 책정됐는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서울시에 사는 서씨 가족의 경우 ‘중위소득 100% 이하’ 조건이 충족돼 지난주 시에서 ‘재난긴급생활비’ 40만원(1인 10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 정부가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추가로 받게 됩니다. 만약 서씨 가족이 영세 자영업자라면 서울시 별도 정책에 따라 두달 동안 140만원의 ‘경영지원금'도 받게 됩니다. 이 경우 서씨 가족이 받을 총액은 최대 280만원까지 늘어납니다.
포천시에 거주하는 김씨 가족은 이틀 전 시에서 160만원(1인 40만원), 경기도에서 4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받았습니다. 경기도와 포천시는 별도 조건 없이 모든 주민에게 보편적으로 지원금을 줬습니다. 다음 달에는 정부가 지급하는 86만1천원도 받습니다. 원래는 정부로부터 100만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자체가 정부에 분담할 몫을 미리 지급했다는 이유로 13만9천원이 줄었습니다. 그래도 총 286만1천원의 지원금을 받게 돼 빡빡한 살림에 숨통이 트였습니다.
두 시도와 비교하면 울산시에 사는 최씨 가족의 지원금 총액 100만원은 다소 적게 느껴집니다. 지자체가 별도 생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아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재난지원금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총액 차이가 발생한 것은 지자체 사이 경쟁과 함께 지원금 재원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간 ‘혼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머뭇거리는 사이 답답해하던 서울과 경상남도, 전주와 같은 지자체들이 신속히 지원책을 발표했고, 다른 지자체들도 경쟁적으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지자체간 경쟁이 불붙었습니다.
이후 정부가 전국민 대상 100만원(4인가족 기준) 상당의 지원금 정책을 발표하면서 정부와 지자체간 셈법이 복잡해졌습니다. 정부가 지원금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지자체에 20%의 분담금을 요구했고, 이미 생계비를 지급한 지자체들이 ‘재정 악화’를 이유로 분담금 납부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지자체 분담 비율은 최종적으로 서울 18.1%, 지방 13.9%로 확정됐습니다. 서울, 대전, 광주, 충남, 경북, 전남, 제주 등은 지자체 차원에서 선지급된 지원금과 정부 지원금을 분리해 ‘중복’ 지원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경기와 인천은 선지급 분을 정부 지원금에 포함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총액에 차이가 생겼습니다.
시민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재난지원금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누리집을 만들었습니다. 다음 달 4일부터 공인인증서로 본인확인 등을 거치면 세대원 수에 따른 지원금 총액 확인할 수 있습니다.
취재 중에 만난 한 시 예산 담당자는 “지자체간 경쟁이 붙어 (지원금을) 안 줄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지자체 지원금 예산을 만드는 것도 정말 힘든데, 정부가 줄 지원금의 분담금까지 내라고 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먼저 긴급지원금 정책을 시행했거나 지급 기준을 정리했다면, 지자체 간 경쟁도 커지지 않았고 국민이 받을 지역별 지원금 차이도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지자체별 지원금 차이를 설명한 본지 기사를 보고 “왜 우리 시는 지자체 지원금을 주지 않느냐”고 항의 전화가 빗발쳐 고충을 겪었다는 공무원도 있었습니다.
지자체들은 현재보다 코로나 이후를 더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다양한 자금 지원책을 통해 급한 불을 껐지만, 코로나 국면 장기화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지자체가 긴급지원금이란 명목으로 지원책을 서두른 것도 민생부터 시작할 경제 위기의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처였을 겁니다.
이와 함께 지자체가 긴급 재원을 마련하려고 ‘마른수건 짜기식’의 세출 구조조정을 한 것도 장기적으론 문제가 될수 있습니다. 서울시 경우만 봐도 코로나19 확산 후 긴급생활비 지원에 3271억원, 소상공인 지원에 5740억원을 사용해 1조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입니다. 기존에 시가 추진하기로 한 주요 사업들이 뒷순위로 밀려 정책 시행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역사상 처음 겪는 특수한 재난 상황이란 점을 고려할 때 중앙정부보다 앞서 지자체들이 쏘아 올린 다양한 지원정책이 민생 위기 상황을 빠르게 극복할 촉매제가 될 것이란 의견도 많습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19 여파로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상점들의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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