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66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감염이 잇따르자 정부가 클럽 등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8일 오후 서울 이태원의 음식점과 술집 등이 밀집한 골목이 비교적 한산하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이 성소수자를 앞세워 본질과 무관한 인권침해 보도를 이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정부는 이런 태도가 “방역을 방해하는 행태”라며 비판했다.
지난 7일 <국민일보>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용인 거주자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적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며 “게이클럽에 확진자 다녀갔다”고 제목을 달았다. 거주 지역과 근무하는 직장 정보까지 명기된 이 기사가 나간 뒤 마찬가지로 ‘게이클럽’을 내세운 기사들이 잇따랐고 온라인에는 해당 확진자의 성정체성을 추정하는 글들이 늘어났다.
<국민일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9일엔 한 확진자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수면방을 방문한 것을 보도하며 “남성 동성애자들이 찾는 대표적 찜방으로 익명의 남성과 성행위를 벌이는 공간” “어두운 방에서 성행위가 주목적이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실상 불가능” 등의 표현을 썼다.
확진자 방문 장소가 ‘게이’ 관련인지 여부는 방역 핵심과 동떨어져있을 뿐더러 이를 앞세운 보도는 성소수자에 모든 책임을 집중시키게 하며 외려 방역 활동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지와 무관한 ‘아웃팅’에 의한 인권침해와 이에 뒤따르는 혐오에 대한 우려로 검사에 두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성정체성은 (이번 상황과) 무관한 것인데 자꾸 부각되고 있다.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진 않는다”라며 “마스크 미착용 등 행위는 비난해도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건 방역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방역의 관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접촉자가 비난을 두려워해 진단검사를 기피하게 되면 그 피해는 우리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된다”고 강조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지난 7일 성명을 내 “확진자의 성적 지향을 공개하고 질병과 상관 없는 정보를 캐는데 혈안이 된 언론의 태도는 소수자 혐오에 질병에 대한 낙인을 더하는 것”이라며 “이는 질병을 음지화할뿐 예방과 방역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송경화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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