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위 공무원 시찰단이 선감학원을 방문한 모습으로 시기는 1960년대로 추정된다. 선감학원에 수용중이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머리를 빡빡 깎은 채 교복을 입고 도열해 이들을 맞고 있다. 경기창작센터 제공
이른바 과거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일제강점기 설립돼 부랑아 갱생과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구타와 영양실조 등 인권유린이 자행된 ‘선감학원 사건’의 진실규명에 속도가 붙게 됐다.
경기도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거사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선감학원’의 아동인권침해 피해자를 적극 발굴해 진실 규명에 힘쓰겠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2006∼2010년 조사·활동 뒤 해산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다시 꾸려 일제강점기 후 권위주의 통치 시기까지 이뤄진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도록 하는 것이 뼈대로, 20일 국회 본회의 통과에 따라 안산 선감학원 사건의 재조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개정안 통과로 오는 12월 진실화해위원회가 재가동됨에 따라 이미 지난달 16일 문을 연 ‘선감학원사건 피해자 신고센터’를 통해 진상조사에 필요한 피해사례를 최대한 수집할 방침이다. 도는 피해자들의 신고 및 생존자 상담을 위한 전담기관 '선감학원사건 피해자 신고센터'를 안산시 선감동 경기창작센터에 개소했으며, 현재까지 2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도는 센터에 접수된 피해사례를 자체 운영위원회에서 검증 작업을 거쳐 피해규모를 파악한 뒤 진실화해위원회에 자료로 제출할 예정이다.
박찬구 경기도 인권담당관은 “정확한 피해조사나 진상규명 등 어느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게 없던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여야의 과거사정리법 개정 합의로 그간 쌓인 한을 풀 수 있게 됐다. 이번에 통과된 과거사법에 근거해 전국에 있는 피해자들을 센터에서 직접 찾아내 진실 규명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 5월 조선소년령 발표에 따라 안산에 설립된 감화원이다. 광복 이후 경기도가 인수해 부랑아 갱생과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도심 내 부랑아를 강제로 격리·수용했고 1982년까지 운영됐다.
4700여명의 소년이 강제노역에 투입됐으며 구타, 영양실조 등 인권유린을 피해 탈출을 시도하다 많은 소년이 희생되기도 했다.
경기도는 △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사전조사 계획수립 용역 △피해지원 및 위령사업위원회 운영 △특별법 제정을 위한 행정안전부 방문과 국회 자료제공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추모문화제 예산 지원 등 피해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월 이대준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협의회 부회장의 별세를 추모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인권유린이 자행된 선감학원은 경기도가 운영하던 기관이었다. 도정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피해자 신고센터 설치, 추모사업 및 치유활동은 물론 과거사법 개정을 촉구하고 진상조사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경기도의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선감학원 피해자나 희생자 가족은 전화예약(1899-7298) 뒤 센터(경기창작센터 전시사무동 2층, 안산시 단원구 선감로 101-19)를 방문해 피해신청을 하면 된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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