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부지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 강남권 개발로 발생한 공공기여금을 강북 등 다른 지역에서도 쓸 수 있도록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 내부 균형발전을 위해 서울시가 2015년부터 건의해온 것에 정부가 화답한 것으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서울 외 특별·광역 지역에서도 공공기여금 사용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서울시는 9일 국토부와 함께 공공기여금의 사용 범위를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광역 지자체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을 연내에 완료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공공기여금이란 개발 사업을 할 때 지자체가 용도 변경 등 혜택을 주는 대신에 사업자로부터 현금으로 일부 받게 되는 기부채납금을 일컫는다. 기존에 강남구 등 특정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 개발이 이뤄질 경우 관할 구에서만 공공기여금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이를 서울시 전체로 확대해 강북권 등 다른 구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개정안의 뼈대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이와 같은 개정을 정부에 요구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2014년 현대자동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국전력 터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해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을 추진하며 발생한 1조7491억원의 공공기여금을 두고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성북구 등 다른 구에서 공동 사용을 요구하고 시에서도 동의했으나 법에 막혀 불가능했다. 당시 정부는 서울시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시는 올해 3월부터 국토부와 열차례 넘게 회의를 연 끝에 이번 합의를 마련했다.
이번 개정 요구에 힘이 실린 배경에는 강남권과 강북권 사이의 극심한 불균형이 놓여 있다. 공공기여금 제도가 시행된 2012년 이후 서울 전체 공공기여금 가운데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가 차지하는 금액은 80% 이상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이번 개정으로 강남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삼성동 현대차 개발 건엔 소급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공공기여금을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과 임대주택 등 조례로 정하는 시설, 기반시설 및 공공시설을 설치하는 데 우선 사용하기로 했다. 전체 공공기여금 가운데 시와 구가 나눠 사용하게 될 비율은 향후 관련법 시행령과 시 조례로 정하기로 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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