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유족회 등이 2일 경기도의회 소녀상 앞에서 램자이어 하버드 로스쿨 교수의 논문 폐기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다시 태어나면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이 되고 싶어.”
경남 의령 출신인 고 김순덕(1921~2004) 할머니는 일본 공장에서 일할 여공을 모집한다는 말에 속아 중국 상하이로 갔다가 일본군 위안부로 처참한 생활을 견뎌야 했다. 김 할머니의 아들인 양한석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유족회’(유족회) 회장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였던 어머니는 한이 맺히셨는지 생전에 늘 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싶다 하셨다”고 말했다.
유족회와 유족들은 2일 정대운 경기도의회 의원과 함께 경기도의회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 폐기와 역사 왜곡·망발 처벌법을 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고백’ 이듬해 어머니로부터 위안부 피해자란 얘기를 처음 들었다는 양 회장은 “어머니의 말에 온 가족이 눈물을 흘렸다. (고백 뒤 나눔의집으로 입소하셔서) 집으로 다시 모셔 오려 했으나 ‘일본의 사죄를 받기 전에는 집에 갈 수 없다’며 “일본군 성노예 피해를 국내외에 알리는 활동을 하시다 사과도 받지 못한 채 2004년 세상을 떠나셨다”고 말했다.
2013년 숨진 이용녀 할머니의 아들인 서병화 유족회 부회장은 “일본은 피해자들이 돌아가시면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는 해결된다고 생각하는데 유족들이 또 다른 증언자로 나설 것”이라며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해자 중심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용어 대신 일본군의 가해 사실을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의 용어 변경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안신권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연구소’ 소장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을 매춘부로 규정한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이 나오자 국내에서도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망언과 망발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표현의 자유라며 묵과하는 것은 역사의 방관자가 되는 것”이라며 “국회는 역사왜곡을 막을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자의 존엄성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국내 확인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40여명으로 이 가운데 현재 15명이 생존해 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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