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내업체의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 논의에 불을 지폈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중앙정부 방역당국이 학교와 콜센터 등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오 시장은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 완화 목적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주장하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학교·종교시설에서의 도입을 주장했는데, 결과적으로 오 시장의 주장을 방역당국이 받아들인 셈이 됐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학교 교직원이나 민간기업 콜센터 등 위험한 시설은 매주 한번씩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하기에는 대상이 너무 많고 부하도 크다”며 “학교와 콜센터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요양시설·장애인시설·기숙사 등을, 권덕철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콜센터나 요양병원·학교·실내 체육시설 등을 자가검사키트 사용 가능 시설로 언급한 바 있다.
도입 논의에 불을 지핀 오 시장은 유흥업소·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영업시간제한 규제를 완화할 목적으로 사용하자고 했다가 전문가들의 비판이 제기되자,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학교와 종교시설, 다중이용시설에서 사용하자고 말을 바꾼 바 있다. 애초 서울시는 자가검사키트가 아닌 신속항원검사키트를 노래연습장에서 사용하면서 영업시간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오 시장은 지난 13일 <엠비엔>(MBN) 인터뷰에서 “학교 현장에서 얼마나 유용한지 시범사업을 해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앙정부 방역당국이 자가검사키트를 학교에 사용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서울시의 시범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자가검사키트는 개인용으로 검사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게 아니라, 전문가(의료인)가 사용하도록 제작된 것을 개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오 시장은 ‘국외에서 국내업체가 생산한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를 해주지 않아 사용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설명하지만, 이들 국가가 사용하는 국내업체의 자가검사키트는 국내에서 전문가용으로 판매되는 신속항원검사키트들이다. 다만 해당 국가에서 개인용으로 승인,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식약처 역시 이 신속항원검사키트를 자가검사키트로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신속항원검사키트를 수출하는 업체들과 시범사업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가검사키트가 학교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비용 문제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 시판되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키트는 개당 8천~1만원 수준이고, 해외에 수출할 때는 5~6달러라고 한다.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전체적으로 도입될 경우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시범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서울시가 부담한다는 방침이지만, 오 시장은 전날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무료로 보급한다는 말씀은 못드리겠고, 안착이 되면 중앙정부가 보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 2회 자가검사키트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데, 사업예산이 10억 파운드(1조5천억원)에 달해 예산낭비라는 비판도 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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