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갯벌에서 멸종위기 2급인 붉은어깨도요 무리가 날고 있는 모습. 경기환경운동연합 제공
미군 폭격장이 폐쇄되고 물새들의 주요 이동경로가 된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갯벌 앞에 호텔을 포함한 대규모 관광휴양시설 건설 움직임과 관련해 국제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시하며 이곳을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습지로 지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환경운동연합은 27일 도요·물떼새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퇴니스 피르스마 교수(네덜란드 흐로닝언대) 등 6개국 국제 전문가 16명이 서철모 화성시장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한에서 “도요·물떼새를 포함한 대부분의 물새 종들은 인간 활동이 야기하는 교란에 민감하다. 매향리 갯벌 100m 안에서 18층 규모의 호텔 단지와 기반시설 건설 공사(도로 확장, 담장 철거 등)를 하면 서식지에서 먹이활동과 휴식을 해야 할 물새류에 상당히 빈번하고도 높은 교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대규모 개발계획에 우려를 나타냈다.
매향리 갯벌 등 화성습지는 국제적인 철새 이동경로의 핵심부이면서 서해안에서 가장 중요한 도요·물떼새 서식지로 손꼽힌다.
미군 폭격장이 폐쇄되기 전인 매향리 갯벌과 농섬의 미군 폭격장 모습. 사진 경기도 제공
이들은 “매향리 갯벌 등 화성습지에는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마도요와 붉은어깨도요 등 최소 16종의 물새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와 화성시가 국가 보호습지 및 람사르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습지와 서식 조류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환경운동연합 쪽은 밝혔다.
이 서한에는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 외에 러시아, 중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홍콩에서 활동하는 도요·물떼새 전문 과학자 16명이 참여했다. 이들 중 4명은 직접 화성습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화성시는 미군 폭격장이 폐쇄된 매향리 갯벌과 맞닿은 매향리 122-31 일대 9만9천여㎡에 높이 60m, 18층 규모의 호텔 등 관광휴양시설 건립에 관한 지구단위계획 결정 심사를 진행 중이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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