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기도의회 의장 선거 때 장현국 은수저 살포 만류”

전 도의회 의장단 관계자 “선거 중 은수저 10~20여개 돌려 제지”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관행적 선물” 주장과 배치
민주당 선관위 규정 “선거 중 금품 살포는 후보 자격 박탈 해당”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이 2020년 7월10일 제10대 경기도의회 후반기 의장에 취임해 연설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제공

지난해 경기도의회 의장 선거를 전후해 도의원들에게 은수저와 양주, 화장품 등을 건넨(<한겨레> 5월11일치 14면, 13일치 12면) 장현국 도의회 의장이 당시 “후보자가 이러면 안 된다”는 주변 만류를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 의장은 그동안 “의원들 사이의 관례적 선물이었다”며 선거와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한 전직 경기도의회 의장단 관계자는 15일 등 두 차례에 걸쳐 <한겨레>와 만나 “장 의장이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회 의장 후보자 경선 도중 의원들에게 은수저를 돌리는 것을 알았다”며 “의장단 선거가 매우 치열했다. (장 의장에게) ‘후보가 이런 것을 하면 안 된다’고 만류했다”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3명의 후보가 출마했고, 2차 투표 끝에 장 의장이 간신히 과반을 넘겨 후보로 뽑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장 후보에게 은수저를) ‘몇 개나 돌렸느냐’고 물으니 ‘10여개에서 20개 정도’라고 했다”며 “그래서 (내가) ‘그러면 안 된다’고 해서 장 후보가 멈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 의장이 은수저를 수원지역 도의원들에게 돌렸다는 것은 나도 이번에 (언론보도를 본 뒤) 알았다”고 했다.

이런 증언은 장 의장 쪽이 은수저 살포 행위가 위법이라는 사실을 경선 기간 중 인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장 의장 쪽은 그동안 은수저를 건넨 것에 관해 “선거용이 아닌 도의원들 간 관행적 선물”이라고 주장해왔다.

금품을 돌리는 행위는 경기도의회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규정한 후보 사퇴 행위에 해당한다. 정대운 당시 경기도의회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경선에 앞서 후보들로부터 금품선거 금지 서약서를 받았고 이를 어기면 선거 전에 후보 자격을 박탈하기로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민주당 선관위는 자체 선거관리규정이 없어 민주당 경기도당의 선관위 규정을 준용하기로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의 선관위 규정 제9조는 선관위가 금품 제공 등의 선거부정을 인지한 때에는 바로 심사하고 사안에 따라 주의·시정 명령부터 제명, 제소, 형사고발까지 하게 돼 있다.

민주당 경기도당과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조사에 나섰다.

경기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련 자료의 제출을 도의회에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도의회 민주당 의장 후보 선거 과정에서 금품 제공 등에 대한 구체적 경위를 현재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장현국 의장은 <한겨레> 보도 뒤 일주일째 침묵하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일부 도의회 출입기자를 상대로 관련 간담회를 열려다 직전 취소했다. 경기지역 시민단체인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책임 있는 의사 표명이 없으면 의장 사퇴운동에 나서겠다며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홍용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