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도봉구 해등로 ‘녹지연결로’(다리)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나무를 베지 마세요! 숲을 망치지 마세요!’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민대책위 제공
주민 반발에 3개월가량 중단됐던 서울 도봉구 ‘해등로 녹지연결로(다리)’ 공사가 지난달 말 다시 시작됐지만, 구청과 주민 간 갈등의 골은 되레 깊어지고 있다.
도봉구청은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내 “주민 대표들의 의견을 듣고 사업 내용을 보완했고, 주민들이 걱정을 덜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주민들은 지난 1일부터 구청의 태도를 비판하는 전단을 돌리고 공사현장에서 공사 재개를 반대하는 내용의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 수위를 높였다.
지난달 31일 도봉구청이 해등로 녹지연결로 공사를 재개했다. 이 공사로 베어질 예정인 나무들을 주민들이 하얀 천으로 감쌌다. ‘나무 울어요’, 나무 지켜주세요’라는 글구가 보인다. 주민대책위 제공
2일 ‘해등로 녹지연결로 공사중단 주민비상대책위’(주민대책위)의 “공사진행이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와 근거를 준비했지만,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요구가 공사중단이라면 합의에 이를 수 없다. 사업을 진행할 테니 보완점을 말해 주면 이를 반영하겠다’는 처음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청에서 주민대책위가 공사 재개에 협력할 것처럼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숲과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대책위 강윤혜씨는 “애초에 다섯차례 하기로 했던 토론도 두차례로 줄었고, 토론하기 전에 ‘원점부터 논의하자’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며 “(구청은) 결론을 정해 놓고 주민과의 협의 과정을 요식행위로 만들었다. 콘크리트 다리를 세워서 생태를 복원한다는 구청 주장에 어떻게 동의해 줄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도봉구청이 해등로 녹지연결로 공사를 재개했다. 주민들이 내 건 ‘주민들이 원하는 녹지연결로는 콘크리트 육교 아닙니다.’라는 내용의 펼침막이 보인다. 주민대책위 제공
이에 이철형 도봉구청 공원녹지과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방학3동 주민자치 회장, 우성2차아파트 동대표 등 해등로 녹지연결로 주변 주민대표들은 대부분 공사 재개에 동의했다.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명분이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했고, 앞으로 공사과정에서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공사에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봉구 해등로 녹지연결로의 조감도. 도봉구청 제공
북한산 끝자락과 쌍문근린공원을 잇는 다리를 세우는 해등로 녹지연결로 공사는 공사 시작 엿새만인
지난 3월5일 중단됐다. 북한산 쪽 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65그루(다 자란 나무 기준)를 무더기로 베어낸 데 대해 주민들이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10일 구청이 쌍문근린공원 쪽 45그루를 마저 제거하는 공사에 들어가자, 한 주민이
나무 위에서 농성을 벌이는 등 또다시 주민들이 반발하자 공사는 다시 중단됐다. 그 뒤 구청과 반대하는 주민들은 두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토론하는 과정을 거쳤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