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아웃 하면 300원 보증금을 내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지난 8일 세종시 보람동 세종시청 앞에 있는 ㅇ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했다. 매장 직원은 음료를 가지고 나가려면 일회용컵 보증금을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커피숍 직원이 손으로 가리킨 일회용컵 보증금제 안내문에는 보증금 반환 방법을 설명한 그림과 함께 자원순환보증금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큐아르(QR)코드가 인쇄돼 있었다.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휴대폰에 내려받아 설치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에 담아 파는 음료 가격에 자원순환보증금을 포함시키고,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점포를 100곳 이상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음료·제과제빵·패스트푸드 업종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2일부터 세종과 제주에서 이 제도가 먼저 시행됐다. 애초 환경부는 지난 6월부터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시행을 3주 앞두고 도입 시기를 여섯달 미룬 뒤 일단 세종·제주에서 먼저 시행하기로 했다. 두 지역에서 시행 경과를 보고 전국으로 제도를 확대한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투명 플라스틱컵에 담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 들고 커피숍에서 나왔다. 자원순환보증금 앱에서 보증금을 반환받을 은행 계좌를 등록하고 ‘가까운 반환 장소 찾기’를 누르니 컵을 반환할 수 있는 매장과 무인회수기 정보가 화면에 떴다. 커피를 다 마신 뒤 앱에 안내된 매장 중 한곳에 들어가 컵을 반납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종업원은 “같은 브랜드에서 구매한 컵만 반환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인근의 다른 커피숍 2∼3곳을 더 돌며 보증금 반환을 요청했으나 마찬가지의 답변을 들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브랜드가 다르더라도 일회용컵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매장이 다른 브랜드의 일회용컵은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인근 행정복지센터 안에 설치된 무인회수기에 컵을 반환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인근 ㅁ커피숍 앞에서 만난 조아무개(33)씨는 “일회용컵을 들고 자원순환보증금 앱에 나온 매장들을 찾아갔지만, 다섯곳에서 퇴짜를 맞았다. 보증금 돌려받기 너무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보증금제 적용 대상인데도 참여 자체를 거부한 매장도 있었다. 세종시청 앞의 ㅁ커피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 커피숍 사장은 “손님들이 내용물이 들어 있는 컵을 들고 와 반환 통에 대충 버려두고 가는 바람에 대청소까지 했다. 보증금 반환기도 자꾸 오류가 나 애를 먹었다. 주변에 보증금제에 참여하지 않는 매장도 있어서 우리도 오늘부터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커피숍에서 100m쯤 떨어진 ㅂ커피 역시 보증금을 받지도 돌려주지도 않고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세종에도 제주에도 보증금제를 보이콧하는 매장들이 있는데, 개별 매장에 제도 참여를 요청하고 브랜드 본사에도 관련 공문을 보냈다”며 “제도 초기이기 때문에 업주들에게도 적응할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계적으로 업주들을 설득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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