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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대전시인권센터 논란…시민단체 “선정과정 공개하라”

등록 2023-01-24 10:00수정 2023-01-24 10:09

대전인권비상행동이 지난 17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인권센터 위·수탁 과정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라’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전인권비상행동 제공
대전인권비상행동이 지난 17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인권센터 위·수탁 과정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라’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전인권비상행동 제공

대전시인권센터와 대전·세종시 청소년기관 수탁자 선정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대전시인권센터 수탁기관 선정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75개 지역 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한 대전인권비상행동은 지난 17일 “대전시인권기관 위·수탁 과정 정보를 공개하라”며 ‘수탁심사위원회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대전인권비상행동은 대전시인권센터의 수탁기관 심사 결과 발표된 뒤인 지난해 12월1일 대전시에 △수탁기관심사위원회 명단 △심사위원회 회의록 △심사위원회 정량평가표 △대전시가 심사위원회에 제공한 정보 목록 △응모자의 사업계획서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대전시는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향후 업무에 심대한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정보공개법 9조1항5호)를 근거로 공개를 거부했다.

대전인권비상행동은 행정심판을 청구하면서 “대전시인권센터의 수탁기관을 선정하는 수탁기관심사위원회의 편향성·전문성이나 선정과정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전시는 관련된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떳떳하면 관련 정보는 공개하라”라고 촉구했다.

대전시는 지난해 11월24일 대전시인권센터의 새 수탁기관으로 사단법인 한국정직운동본부를 선정했다. 대전시인권센터는 ‘대전시 인권보장 및 증진 조례’에 따라 설치된 인권 교육·홍보 전문기관이다. 2017년 개소 때부터 대전와이엠시에시(YMCA)유지재단이 운영해왔으나, 5년 만에 수탁기관이 바뀌었다. 지난 1일부터 1년간 대전시인권센터를 운영하게 된 한국정직운동본부는 ‘정직운동’을 주요 사업으로 내걸고 2015년 발족했는데, 대전시인권센터 수탁기관 모집 공고가 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법인 승인을 받았다.

이 단체 대표인 박경배 대전송촌장로교회 담임목사는 공공연히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해온 인물이다. 박 목사는 2018년 10월28일 ‘가증한 일, 동성애’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동성애자들도 평등하고 소수자·약자로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성애가 인권일까?”라며 “나 개인이 행복하다고 사회적·도덕적으로 인정할 수 없고, 법적 체제를 무시하며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 혐오감을 줘서도 안 된다. 마약을 복용하는 것과 음주운전을 하는 것은 허락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차별금지법은 교회와 가정을 파괴하기 위한 사탄의 전략이다. 에이즈와 같은 질병 등 이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 비용이 천문학적”이라고 주장했다. 새 대전시인권센터장을 맡은 김영길 목사는 자신의 저서인 〈인권의 딜레마〉에서 “양날의 칼처럼 인권을 가까이 두지만, 가까이할수록 결국 자신에게 독이 된다. 이에 인권을 분별하며 적용해야 하고 구분하며 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전시인권센터의 새 수탁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자 지역 시민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대전인권비상행동은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는 인권센터 선정 과정에서 자격을 갖춘 인권단체인지 가리지 않고 서류를 통과시켰다”며 “이번 결정으로 대전시민은 인권피해를 입을 우려가 커졌고, 전국적으로 대전시의 명예는 심각하게 실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시 인권위원회의 민간위원 10명도 “(한국정직운동본부의)정치색, 종교색은 보편적인 인권 가치 정립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대전시장은 수탁기관을 가치 중립적인 단체로 재선정하라”고 요구했다.

인권센터뿐 아니라 대전·세종의 청소년기관들도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애를 반대하는 활동을 해온 개신교 계열 단체가 선정돼 논란이 커졌다. 대전시는 청소년성문화센터의 새 수탁기관으로, 세종시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청소년활동시설을 운영할 기관으로 ‘넥스트클럽 사회적협동조합’을 선정했다. 넥스트클럽은 대전 동구 자양동 주가사랑하는교회의 남승제 목사가 대표로 있는 청소년 교육 단체인데, 남 목사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고 동성애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공공연히 내온 인물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청소년정책연대는 성명을 내 “넥스트클럽은 표면적으로 청소년을 위한 종교단체로 보이지만 동성애 반대, 성소수자 혐오, 혼전 순결 강조, 금욕 생활 주장, 차별금지법 반대, 학생인권법 반대 등 정치색 진한 편향적 단체이다. 어떻게 이런 단체를 선정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청소년 기관위탁 철회를 촉구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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