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충남공동행동 활동가들이 14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인걸 기자
“연진아 인권조례는 상식이야.”
이진숙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상임대표는 14일 오전 충남도청에서 열린 ‘충남도인권기본조례, 충남도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안 각하 촉구’ 기자회견에서 회견문 낭독에 앞서 <더 글로리> 드라마 대사처럼 말했다. 그는 “인권조례의 취지는 헌법이 정한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자는 것인데 특정 단체가 폐지 활동을 반복해 몇 년째 같은 기자회견을 거듭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위기충남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인권조례의 필요성을 거듭 밝혔다. 이 단체는 충남지역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 101개가 참여했다. 이 단체가 기자회견을 연 것은 앞서 지난 6일 충남기독교총연합회 등 인권조례 폐지를 바라는 일부 단체들이 충남도의회에 충남도인권기본조례와 충남도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청구하는 인명부를 제출했고, 도의회가 지난 13일 공표했기 때문이다. 폐지안은 서명부 열람·이의신청, 명부 검증 등 절차를 거친 뒤 도의회 심사 결과에 따라 수리 여부가 결정된다.
폐지 활동 단체들은 ‘충남도민 인권선언에 담긴 성적지향, 다양한 가족형태, 사상, 전과 등에 의한 차별금지가 잘못된 인권개념’이고 ‘학생인권조례는 비교육적이고 반헌법적 조례이자 좌파적 인권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위기충남공동행동은 인권조례 폐지·축소 활동을 ‘헌법을 유린하고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며 민폐를 끼치는 혐오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인데,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인권조례 때문에 학생들이 너무 많은 권리의식을 갖게 돼 문제라고 주장하는 등 편향적으로 확대·왜곡한다는 것이다. 위기충남공동행동은 “2019년 헌법재판소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만장일치로 합헌 결정을 해 논란의 여지가 없다. 충남도의회는 인권조례 폐지 청구안을 도민의 합리와 상식의 눈으로 판단하라”고 밝혔다.
장명진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공동대표(가운데)가 14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대항해 싸우겠다고 밝히고 있다. 송인걸 기자
신아롱 충남청소년인권문화네트워크 교육협력국장은 “조례 폐지 단체들은 인권조례가 청소년들에게 순종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치는 나쁜 조례라고 한다. 미래 세대에게 잘못된 관습을 강요하는 인권조례 폐지 활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장명진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공동대표는 “인간의 기본권을 밝히는 인권조례가 정치 세력의 기득권 쟁탈전으로 변질해 제정하고 폐지하는 소모전이 반복되고 있다”며 “도의회는 도민이 인권조례 안에서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 조례 폐지안이 절대로 의회 운영위원회에 상정돼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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