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시가 지난해 양봉교육을 하고 있다. 당진시 제공
“벌이 있간유? 꿀 딸 벌도 부족헌디 하우스에 보낼 벌이 있겄슈?”
이충우 청양군양봉협회 회장은 2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꿀벌 소멸현상이 전국적으로 심각해 ‘벌을 보내달라’는 원예 농민들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 회장은 평소 800군(1군=꿀벌 2만 마리) 규모로 양봉을 했으나 올봄에는 꿀벌 개체수가 감소하고 분양도 못 받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했다. 그는 “이상기후와 재선충, 밤나무 방제 등이 겹치면서 꿀벌이 감소하더니 지난해 응애류가 기승을 부려 피해가 심각했고 살아남은 벌들은 저항력이 약해져 바이러스에 당했다”고 말했다.
청양군양봉협회가 회원 농가 200곳에서 자체 조사를 했더니 10곳 가운데 4곳꼴인 134곳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1통(약 7만 마리) 기준으로 10만원이면 살 수 있었던 벌을 지금은 분양받기도 힘들다고 한다.
꿀벌 소멸은 양봉농가 뿐 아니라 원예농가까지 직격했다. 수박·멜론 등을 재배하는 농장에서 수정을 하는 데 필요한 벌은 2주(14일) 기준으로 하우스 당 1통이다. 요즘 벌을 빌리는 값은 통당 최소 10만원에서 20만원까지 한다. 과거 5만원 하던 가격이 2~4배까지 오른 것이다. 김관식 청양군 축산팀장은 “양봉농가는 벌을 빌려주기보다 꿀을 생산하는 게 수익이 난다. 벌이 부족해지니 원예농가는 수정용 벌을 구하기가 어려운 처지”라고 전했다.
꿀벌이 귀해지자 청양군이 양봉농가 지원에 나섰다. 꿀벌 개체 수를 늘려 양봉 농가의 사육 기반을 안정화하고 꿀벌을 이용해 수정하는 원예농가도 돕기 위한 조처다. 군은 자체 사업비와 도비 등 5억4000만원으로 기자재와 설탕, 대용화분 등을 사들여 양봉농가에 지원했다. 또 읍·면사무소를 통해 낭충봉아부패병 예방제와 번식강화제도 나눠줬다. 군은 조만간 사업비 1억2000만원을 추가로 마련해 응애류, 노제마병, 낭충봉아부패병 등 꿀벌 전염병을 예방하는 구제 약품을 지원해 양봉 농가들이 회생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이상기후 현상이 지속하면서 개화 시기에 맞춰 꿀을 모으던 이동식 양봉 방식이 붕괴하고, 병충해 등으로 꿀벌마저 줄면서 양봉 농가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양봉 농가의 어려움을 덜어 드리기 위해 적절한 지원과 꿀 소비 촉진 행사 등을 열겠다”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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