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지역의 한 지역언론사가 노동조합을 결성한 직원들을 사무실도 마련되지 않은 신설 지역본부로 발령해 ‘보복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디트뉴스24〉 노조는 지난달 1일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했다. 매체 창간 뒤 22년 만에 생긴 노동조합이다. 노조 설립 소식이 알려지자 회사 쪽은 지난달 22일 노조원인 부장급 직원 3명의 데스킹·기사배포 권한을 막은 데 이어, 같은 달 30일엔 충북본부를 신설해 노조위원장인 이미선 교육문화부장을 충북본부 부장으로, 노조 사무국장인 황재돈 내포·홍성·보령·서천 담당 차장을 충북본부 차장으로, 노조 교육선전부장인 김재중 경제뉴미디어부 부국장을 충북본부 부국장으로 전보 발령했다.
회사 쪽은 ‘사세 확장에 따른 인사’라고 밝혔지만, 노조는 “명백한 보복 인사”라고 주장한다. 이미선 노조위원장은 “직원들 모두 충북본부 신설 소식을 지난달 30일 인사 발령과 함께 알았다”며 “6월1일자 발령인데, 기자 숙소는 물론 충북본사 사무실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인사 발령 과정에서 회사 쪽은 ‘충북 지역 출입처를 뚫어야 숙소를 주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대전·충남·세종 지역 기자들에게 충북은 완전히 별도의 출입처”라며 “노조 설립과 관련한 보복성 인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은 회사 쪽 강경 대응의 중심에 디트뉴스24의 대주주인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를 설립한 것도 김 회장의 ‘편집권 침해와 전횡’ 때문이라는 게 노조 쪽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월27일 오후 김 회장이 디트뉴스24 모든 직원을 타이어뱅크 세종본사로 불렀다. 그 자리에서 이장우 대전시장을 비판한 김재중 당시 정치행정 담당 부국장의 기사를 지적하며 ‘김 부국장에 대한 해임 절차를 밟으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내부 반발로 해임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김 부국장을 시청 담당이 아닌 경제뉴미디어부 부국장으로 발령했다고 한다. 이 일로 디트뉴스24 일부 기자들은 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에는 김태흠 충남지사를 비판한 황재돈 차장의 기사가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보복성 인사 논란과 관련해 박길수 디트뉴스24 공동대표는 “지금은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어떤 말을 해도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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