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대학생위원회 관계자와 일부 한남대 학생들이 20일 오후 대전 동구 한남대 정문 앞에서 이 대학 소속 한 교수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험문제를 냈다고 주장하며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학의 강사가 자신의 편향된 정치적 의견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문제를 기말고사에 출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한남대에서 ‘경제정의와 불평등’이란 교양 과목을 맡은 초빙 강사 임아무개씨는 최근 치러진 기말고사에서 자신의 편향된 정치적 의견이 사실인 것처럼 전제한 문제를 출제했다.
임씨가 낸 문제를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핵심세력(실세)이었던 1980년대 NL자주파(주체사상파)가 가진 사상이 정의로운지 부정의한지 평가하세요’, ‘최근 민주노총 간부들과 전교조 간부 중에 간첩이 있음이 밝혀졌다. 아래의 질문에 답하시오’, ‘MBC나 KBS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기사는 빼버리고 아예 방송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정적인 기사는 최대한 많은 시간을 들여서 국민을 거짓으로 선동하고 가스라이팅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약술하세요’, ‘한국 다수당 대표인 이재명이 중공 대사관저에 초대받아서 갔고, 여기서 주한 중공대사 싱하이밍이 일장 훈시를 했다. 이재명이 고분이 듣고만 앉은 것과 대한민국의 국격의 관계를 약술하시오’ 등의 내용이다.
시험지 앞부분에는 ‘틀리거나 부정확한 내용을 기술 시 철저히 감점한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중심으로 핵심 논점만 간결·명료하게 기술하라’고 써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임씨의 해당 수업을 수강한 일부 학생과 민주당대전시당 대학생위원회 등은 20일 오후 한남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오와 편 가르기, 정치적 가스라이팅을 시도한 임씨를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마치 극우 유튜브에서나 볼 법한 내용이 대학 기말고사로 출제됐다”면서 “앞뒤 설명도 없고 내용도 정확하지 않고 모두를 싸잡아 간첩, 주체사상파 운운하며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정치 편향적인 문제가 대학 기말고사에 등장했다는 사실이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제된 문제는) 시험과목인 ‘경제정의와 불평등’과는 관계없는 데다 점수를 미끼로 학생들에게 편향된 정치적 입장을 강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총장실을 찾아 항의하고, 임씨의 해임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전달했다.
한남대는 이날 바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조사에 나섰다. 한남대 관계자는 “임씨는 올해 1년을 계약한 강사로 교수가 아니라 해임 대상은 아니다. 다만 문제가 확인되면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며 “진상조사위 결과에 따라 임씨에 대한 조처와 학점 등 학생들 피해 구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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