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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수목원 지키는 ‘식집사’…“식물이 주는 위로의 힘을 믿어요”

등록 2023-09-05 18:26수정 2023-09-05 22:42

세종수목원 온실담당 안병주 주임
반려식물 상담실서 ‘식집사’ 양성중
국립세종수목원 열대온실에서 안병주 주임이 식물을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최예린 기자
국립세종수목원 열대온실에서 안병주 주임이 식물을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최예린 기자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산하 국립세종수목원의 사계절온실관리팀 막내인 안병주(31) 주임은 ‘덕업일치’한 ‘식집사’(식물과 집사의 합성어로 식물 기르는 사람)다.

28평 남짓 그의 집은 300여종의 400∼500개 화분으로 가득 차 있다. 침실 한편에는 텐트로 작은 온실을 만들어놓기도 했다. 식물들을 돌보기 위해 안 주임은 매일 새벽 5시50분 일어난다. 지난 저녁 물을 줬던 식물들을 제자리로 옮겨놓고, 또 저녁에 물을 줄 식물들은 앞으로 빼놓은 뒤 식물원으로 출근한다. 그리곤 온종일 세종수목원 열대온실의 식물들을 관리하는 작업을 하고 퇴근 뒤 돌아와 식물을 돌본다.

그의 꿈은 일찍부터 ‘식물을 돌보는 사람’이었다. 초등 5학년 때 식충식물인 ‘파리지옥’을 키운 것이 식물과 강렬하게 교감한 첫 경험이었다. 분재가 취미인 아버지 영향도 있었다. 분재를 가운데 놓고 아버지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기억이 식물을 더 좋아하게 만들었다. 산림학과에 진학해서는 다양한 ‘식물 분야’에서 무엇이 자신과 맞는지 찾기 위해 애를 썼다. 방학 때 조경 업체에서 일도 해봤지만, 정원 전체를 디자인하는 조경은 자신이 원하는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놀이동산에 있는 식물원과 국립수목원에서 일하면서 ‘식물 하나하나가 주인공인’ 식물원에 매력을 느꼈고, 식물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굳혔다.

2017년 취업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계속 고배를 마셨다. 3년 만인 2020년 8번 도전 끝에 국립세종수목원에 입사했다. 외롭고 힘들었던 취업준비생 시절을 견디게 해준 것 역시 ‘식물’이었다.

“계속된 낙방으로 힘들 때 ‘몬스테라’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진다고 할까요?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식물을 키우고 돌보면서 제 내면도 치유됐던 것 같아요.”

그는 ‘식물’이 주는 ‘힐링 효과’를 많은 이들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 지난해 7월부터 세종수목원 안에 운영 중인 ‘반려식물상담실’은 식집사들과 식물 키우기 지식을 공유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을 식집사의 길로 안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안 주임은 지난해부터 열대온실 관리뿐 아니라 반려식물상담실 일을 함께하며 그동안 식집사로서 쌓은 노하우를 식물원을 찾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식물원에서 일하며 ‘식물 하나하나가 주인공’이란 그의 생각은 더 강해졌다.

“식물원의 주인은 식물이라고 생각해요. 기후위기 시대에 멸종위기 식물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식물원의 중요성은 더 커졌고요. 큰 책임감을 갖고 많은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식물의 매력을 느끼고 식물과 사랑에 빠지길 바랍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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