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이 11일 공주보 앞 고마나루 백사장에서 담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공주보를 개방해도 대백제전 수상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송인걸 기자
“무령왕께서도 강을 죽이는 축제를 원치 않으실 겁니다.”
11일 오전 11시 충남 공주시 고마나루 옛 나루터에서 환경부와 공주시의 공주보 담수를 규탄하는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은 환경부와 공주시가 지난해 9월 연 보 운영 민관협의체 안건 가운데 ‘공주보 개방 상태로 백제문화제 개최’ 합의를 위반해 이날부터 공주보 수문을 닫아 담수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대백제전의 수상 행사를 하기 위해 금강을 담수한다는 공주시의 발상은 고마나루 금모래밭을 또다시 진흙뻘로 만들고 물의 흐름을 막아 죽음의 문화제를 치르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펄펄 끓는 지구를 지키려면 자연 회복에 노력해야 한다. 물을 막아 축제하는 것은 세계를 위한 것도, 생명을 위한 조처도 아니다”라며 “공주시는 대백제전이 세계와 통하는 문화역사축제라고 홍보하는데 생명을 죽이는 축제가 어떻게 세계적인 문화축제가 될 수 있냐, 무령왕께서도 원치 않으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이 11일 담수에 반대해 설치한 고마나루 백사장 천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인걸 기자
김봉균(농민) 금강재자연화위원회 부위원장은 “공주보가 건설된 뒤 공주 옥룡동 상가와 서학삼거리가 올해 처음으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강물이 제대로 흐르지 못해 발생한 인재인데 정부는 보를 존치한다고 하고, 공주시는 담수해 축제한다고 한다”며 “공주보를 철거하고 깨끗한 금모래밭과 맑은 금강물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축제”라고 주장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고마나루는 국가명승지로 모래사장이 발달한 나루터가 특징이어서 이를 유지하고 보전하는 것이 자치단체와 시민의 의무인데 공주시와 환경부는 여러차례 고마나루를 훼손하고 금강을 죽이고 있다. 환경부는 통보도 없이 보 운영 민관협의체를 해체하고는 ‘협의체 운영이 의무가 아니다’라며 발뺌한다”고 규탄했다.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이 11일 공주보 앞 금강에서 담수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곳 모래사장 표층은 지난해 담수 여파로 아직도 진흙뻘이 남아 있다. 송인걸 기자
이 단체는 공주시와 환경부는 당장 공주보 담수를 중단하고 민관협의체 합의 사항을 이행할 것, 환경부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을 폐기하고 4대강 회복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고마나루 강변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한편 한국수자원공사 공주보관리단은 이날 개폐가 가능한 수문 3개 가운데 2개를 닫았으나 1개는 개방 상태를 유지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백사장에 천막이 있으면 담수를 할 수 없다. 공주시가 공문으로 천막 철거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은 대전충남녹색연합, 천주교대전교구생태환경위원회,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함평환경연합, 광주불교환경연대 등 전국 35개 단체로 꾸려졌다. 대전권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이날 성명을 내어 공주보 개방 상태로 대백제전을 치러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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